"스트레스 크게 받아서"…푸들 생매장한 견주 '집유'

법원 “동물보호법 위반…사회봉사 80시간”

반려견인 푸들 한 마리를 산 채로 땅속에 묻은 견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 오지애 판사는 24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 A씨와 A씨 지인 40대 남성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지난해 4월 19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한 공터에서 살아있는 푸들이 입과 코만 내민 채 생매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구조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발견 당시 모습이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 19일 오전 2시 54분쯤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공터에서 미리 준비한 삽으로 구덩이를 판 뒤 A씨가 키우던 푸들 한 마리를 생매장했다.

땅속에 파묻혀 있던 이 푸들은 6시간 뒤인 오후 8시 50분경에 행인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푸들은 코와 주둥이만 내밀고 '우, 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구조된 뒤에도 겁을 먹고 야윈 모습이었다. 7살 정도로 추정된 푸들은 등록 칩이 있는, 즉 주인이 있는 강아지였다.

앞서 제주는 2개월령 이상 반려견에게 동물등록을 의무화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20만~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등록은 내장형(마이크로칩), 외장형(목걸이형)으로 등록을 할 수 있다.

당초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던 A씨는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같은 달 21일 B씨와 함께 자수했다.

이후 A씨는 처음에는 “반려견을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가 “죽은 줄 알고 묻었다” 등으로 진술을 바꿨다. 하지만 경찰이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땅에 묻힐 당시 푸들은 살아있었다.

A씨의 변호인은 지난달 6일 결심공판 최후 변론에서 "당시 피고인은 개인적인 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때 A씨도 최후 진술을 통해 "강아지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를 고려해도 죄질이 나쁘다”면서 “다만 피고인들이 모두 초범인 점, 피해견이 구조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 사건으로 피부병까지 앓았던 이 푸들은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고 제주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담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