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 위반? 카카오가 쏘아올린 '팁' 논쟁…법조계 의견은

김민정 2023. 8.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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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구의 한 비건 식당에 설치된 팁 박스. 김민정 기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한 비건 식당 카운터 옆엔 ‘팁, 감사합니다(Tips Thanks!)’라고 적힌 양철 통이 놓여 있었다. 이태원에서 3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2)씨는 “개업할 당시 외국에서 살다 온 직원이 팁 박스를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반쯤 쌓인 팁 박스 안에는 1000원권 지폐와 동전들이 대부분이었고, 1만원권과 5만원권은 2-3장 들어 있었다.

카운터 옆에 태연히 놓인 팁박스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한 20대 남성은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만의 특이한 문화라 생각한다”면서도 “1000원, 2000원이라도 모이면 큰 돈이 되니 (팁 문화가)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인근 브라질 음식점 사장 권모씨는 “최근 팁 지불 의사를 직접 물어 논란이 됐던 카페와 달리 (우리는) 손님이 팁을 받으면 고마워하는 수준이지, 강요하진 않는다”며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은 돈을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비스 문화가 발달한 고깃집이나 일식집에서도 종업원에게 주는 팁은 이미 보편화돼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우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한 종업원 A씨는 “하루 평균 2~3만원 정도는 팁을 받아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손님의 경우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날 식당에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온 김모(43)씨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을 때는 (팁을 주지 않으면) 반찬 리필 등이 느려져 분위기를 해칠까 봐 찝찝한 기분에 식사 전 1만원 정도를 건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 때문에 몇몇 프랜차이즈 참치집들은 팁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었다.

서울의 몇몇 프랜차이즈 참치집은 '팁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국내에 팁 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내 최대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에 ‘감사 팁’ 결제 기능이 도입된 게 발화점이 됐다. 감사 팁은 카카오 블루·벤티 등 가맹 서비스를 이용한 후 최고 평점인 별점 5점을 준 승객을 대상으로 팁을 지불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승객은 1000원, 1500원, 2000원 가운데 선택해 결제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 돈이 수수료를 떼지 않고 모두 기사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팁 결제 기능은 블루·벤티 등 카카오T 가맹점 협의회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으로, 수익이 크진 않지만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이야기하는 기사님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반대 의견이 뚜렷하다. 지난 20일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소비자들의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입 반대한다는 의견이 71.7%로 집계됐다. 같은 택시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이수원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홍보본부장은 “호출료를 정식 인상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 생소한 팁 문화를 도입해 택시 업계만 뭇매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음식 가격에 더해 팁을 받는 것이 탈세라거나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세무 업계나 법조계에선 단언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조지훈 세무사는 “소득세는 원칙적으로 법에 명시된 사항만 신고하는 열거주의를 따르는데, 개인이 받는 팁은 따로 신고 사항에 명시되지 않아 신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손님이 실제 내야하는 가격을 붙이라”고 한 식품위생범 시행규칙(57조) 위반 논란에 대해서도 “가격표에 ‘팁을 낼 수 있다’고 따로 붙여 놓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박도빈 변호사)란 지적이 나온다.

팁 문화가 국내에 정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허영옥 성신여대 생활소비자문화학과 교수는 “우리 문화에 없던 팁이 생긴다면 소비자들에겐 물가가 오른 것으로 인식돼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도 가격을 비교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비자 행동을 하기 때문에 팁 문화가 일상화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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