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올해 성장률 전망 유지한 한은 "中 영향, 美경제와 유커가 상쇄"

박유진 2023. 8. 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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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조사국 경제전망 설명회 일문일답
"中 단체관광객, 올해 성장률 0.06%p↑ 영향"
"내년 전망치 2.2%…불확실성 커"

한국은행이 중국 경기 침체 우려에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과 같은 1.4%로 유지했다. 한은 조사국은 24일 "국내 경제 성장률에 미국과 중국의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탄력성이 컸고, 단체관광객 허용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올해 성장률을 낮추지 않은 것이다.

한은은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중국인 입국자 수가 5월 전망 대비 올해 하반기 중 83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제고효과는 +0.06%포인트로 시산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은 2.2%로 5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조사국은 "향후 중국경제 향방 및 국내 파급영향, 주요 선진국 경기흐름, 국제 에너지가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은 조사국과의 수정경제전망 설명회 일문일답.

-이번 경제 전망에 중국리스크를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했나? 이후에 중국 경기에 관련해 성장률 전망 조정 여지가 있는지.

▲(김웅 부총재보)중국의 경제상황이 워낙 불확실해서 시나리오 방법을 적용했다. 베이스라인(baseline) 시나리오와 하방압력이 있을 경우의 시나리오다. 하방압력이 클 경우가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금융 불안으로 번지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초중반으로 낮췄다. 중국 정부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잘 가늠하기 어렵고, 단체 관광객이 얼마나 들어올지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2가지 요인을 가늠할 수 있는 건 9월 정도일 것 같다. 그래서 그때 다시 한번 숫자를 제시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을 5월 240억달러에서 이번에 270억달러로 상향했다. 상품수지 흑자 폭 전망도 커졌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최창호 조사국장)경상수지 전망 상향은 전체적으로 상품수지가 개선된 요인이 크다. 상반기에 경상수지가 예상보다 실적이 좋았다. 하반기는 단체관광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다. 상품수지의 경우 당초 봤던 것보다 수출이 하회했다. 다만 상품 수출이 준 것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서 전체적으로 올라갔다. 전반적으로 대중 수출 회복세가 더뎠고, 수입 쪽은 설비투자 등의 둔화로 에너지 수입이 더 많이 줄어서 전체적으로 상품 수지가 올라갔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허용되며 하반기 입국자 수가 늘어날 거라고 추정했는데, 추정 배경과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최창호)우리보다 먼저 단체관광을 재개한 국가로는 싱가포르, 태국 등이 있다. 그중 우리와 비슷한 패턴을 가진 싱가포르에서 단체관광 허용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는 속도를 그대로 적용해서 시산했다. 올해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0.06%포인트, 내년은 0.04%포인트 정도다.

-주요국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거라고 전제한 이유는.

▲(최창호)세계 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했다. 상반기에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양호하게 흘러갔고,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파급효과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노동 시장이 좋아 더디게 둔화하는 상황이라 미국에서도 연착륙 기대가 커지는 중이다. 그래서 시장 금리 기대도 조정되고 있다. 5월 전망 때만 해도 미국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 보면 내년 정도로 바뀌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전망했다.

-경제전망에서 정부지출은 어떻게 계산했나. 세수 부족에도 예정대로 지출하는 것으로 가정했나.

▲(김웅)정부의 세수 재추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결과를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충당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고려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 계획이 잡혀야 가능하다. 세수 재추계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숫자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내년 예산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예산안 나오면 말씀드리겠다. 그건 4분기가 될 것 같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4%로 5월과 동일하다. 중국과 미국의 영향을 어떻게 적용했나.

▲(최창호)당초에 미국이 소비와 노동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터졌다. 은행 불안이 신용 긴축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미국 경제가 상당히 회복 탄력성이 있었다. 신용긴축 영향이 별로 안 나타나고 오히려 주택가격이 반등했다. 그런 점을 고려해 성장률을 올렸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부진한 대외 수요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 안 좋은데 소비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성장세가 개선될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최창호)작년에 방역 조치 완화 이후 서비스 중심으로 민간 소비가 반등했는데, 2분기 들어서 주춤한 상황이다. 2분기에 주말마다 비가 오면서 소비를 제약한 측면이 있다. 7월까지도 이어졌는데, 품목별로 살펴보면 야외활동 관련된 의복 등 준내구재와 대면 서비스에서 감소했더라. 그걸 제외하면 플러스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고 회복 흐름을 재개하겠으나, 전체적으로는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이 제약으로 작용하면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아지는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 이르다는 판단의 근거는.

▲(김웅)한국부동산원의 공식 지표로 보든 실거래가로 보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다르고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 실거래가는 작년에 -15%까지 급히 떨어졌다. 2월에 플러스 전환되는 상황인데, 연착륙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주택가격이 진정된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보는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최창호)자체적으로 서베이했을 때는 연초에 하락세가 우세했다가 최근에는 상승 기대가 좀 더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하락 기대도 있다. 공급 부족에 대한 상승 기대도 있지만, 최근 거래가 실수요 중심으로 이뤄져 소진되고 나면 조정될 수도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최근 국제 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데. 한국은행이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배경은.

▲(김웅)지난 5월에 전망할 때는 브렌트유 기준 70달러대였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한다고 해서 80달러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근데 우리가 5월 2분기 전망 당시 81달러로 봤는데, 지금 실제로는 78달러다. 2분기 실적치가 하향 조정 요인이 됐다. 또, 원유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회복세 약화라는 하방 요인을 고려했다. 흐름 자체는 하반기에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국제유가 관련해서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지켜봐야겠다.

-반도체 경기가 4분기에 반등한다는 전망의 근거는 무엇인가.

▲(김웅)통관수출 금액 자체는 줄고 있지만, 반도체 물량은 5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가격은 추가로 더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부진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의 반등 시점에 대해서는 주요 기관의 의견을 듣는데, 주요 기관들은 4분기부터 올라간다고 보더라. 감산 영향, 늘어나는 인공지능(AI) 관련 고성능 반도체 상품 수요 영향, 전방업체의 재고 재축적(restocking) 과정 등이 3가지 모멘텀이다. 4분기부터는 가격 오를 거라는 게 주요 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미중 갈등이 리스크 요인이라 계속 봐야 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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