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文 정부, 정율성 국가유공자 서훈 추진하려다 부결"
문재인 정부가 광주 출신의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정뤼청·1914?~1975)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려다 불발된 정황이 확인됐다.
24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의 조카 박모씨는 지난 2017년 12월 말 경기남부보훈지청에 정율성을 국가유공자로 포상해줄 것을 신청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 연설에서 "광주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路)'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다.
당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2018년 4월부터 정율성에 대한 국가유공자 서훈이 가능한지에 대한 공적 심사를 진행했고, 청와대에서도 이를 적극 검토할 것을 보훈처에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훈처는 정율성이 1945년 광복 및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노동당 황해도당위원회 선전부장 등으로 활동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한 이력을 등을 고려할 때 국가유공자 서훈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훈처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에선 정율성이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후 국가유공자 서훈은 불발됐다. 보훈부 관계자는 "(당시) 심사 과정에서 독립운동 공적이 발굴되기보다 오히려 해방 이후 북한 관련 활동이 너무 명백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훈부와 여당은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정율성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광주광역시가 연내 조성을 목표로 국비 48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공원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훈부는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정율성 공원 사업이 적합한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보훈부는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막기 위한 헌법소원 청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해 반대 성명을 내고 "6·25 남침 전쟁범죄를 일으킨 김일성의 부역자를 기념하고 추모하겠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즉각 백지화를 촉구했다.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고,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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