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중요" 최악 인력난에 '외국인 근로자' 카드 빼든 尹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일 할 사람이 있고, 또 이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이를 가로막는다면 신속하게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당면한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노동 수요에 부합하는 탄력적인 노동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인 최악의 출산율과 그만큼 빠른 고령화로 노동시장에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해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산업현장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여러 업종에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용 관련 킬러 규제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으로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업장별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도 2배 이상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하면 3년간 국내 취업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꼭 풀어야 하는 킬러 규제 혁파에 우리 모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킬러 규제란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를 의미한다. 정부는 3대 킬러 규제로 외국인력 문제 외에 산업단지(산단) 입지 규제와 화학물질 관리 같은 환경 규제를 꼽으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산단 입지 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주도하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산단이 혁신의 공간으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제조업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 시설들은 산단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놔 굉장히 불편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가 열린 구로디지털산업단지는 1965년 5월 국내 최초로 가동된 산단이자. 현대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윤 대통령은 “청년 근로자에게 산단에서 일하는 데 가장 꺼려지는 게 뭐냐고 물으니, 다들 대답하는 게 문화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이제 산단도 정원, 체육시설 같은 편의시설을 갖춰 청년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 산단 내 산업 용지를 지원시설 용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규제를 풀 계획이다.
환경 분야 킬러규제 혁파와 관련해선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따른 규제가 대표적인 개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화학물질 규제와 산업안전 규제 역시 과학적 기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키면서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규제 관련 처벌기준이 과도하면 환경부와 법무부가 협의해 현실화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미국 주지사들을 언급하며 공직자들에게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행정부가 사법부처럼 기업의 신청에 관해 규정에 맞는지 가부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의 성장이 국가의 성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 행정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장관들에게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한시가 급한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며 “규제를 푸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기업 환경을 개선한 곳(산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말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법안 신속처리 태스크포스' 구성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 단체장이 모두 참석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후신으로 최근 출범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류진 회장이 처음으로 초청됐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범 내려온다' 뛰어 넘었다...'5억뷰' 이정재 이 영상, 어땠길래 | 중앙일보
- 세포 죽이는 '광란의 학살자'…마스크 씌우자 암만 죽였다 | 중앙일보
- "라면 먹을 때 '이것'도 같이…" 식약처 추천 '의외의 조합' | 중앙일보
- "우리 어머니가 아닌데…" 국립대병원 장례식장 황당 실수 | 중앙일보
- 분유·기저귀 팔려고 로켓배송 했겠나...비밀 풀어준 그래프 둘 | 중앙일보
- [단독]"차에 타" 한뒤 돌변…'가출 청소년 사냥' 들끓은 이곳 | 중앙일보
- 하루에 1년치 비 덮친 '천사의 도시'…한국도 안심 못 할 이 수치 | 중앙일보
- "뷔페 테이블 초콜릿 여성, 딸도 역겹다해"…이탈리아 리조트 무슨일 | 중앙일보
- 그린피 51만 원, 카트 20만 원…화제의 카스카디아 가보다 | 중앙일보
-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한국 출산율에 놀란 미국 석학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