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방류 개시…바다 끼고 살아가는 제주도민 불안·우려

문정임 2023. 8. 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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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같은 날 제주의 한 마트 수산코너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문정임 기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면서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한층 커졌다.

이날 오전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이 있는 제주시 노형동에서는 제주지역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으로 구성된 제주지역 야6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방류가 중단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일본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60여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130만t의 핵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희대의 해양 범죄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15개월 동안 핵오염수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많았다”며 “범죄 행위의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6당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보상특별법 조속한 통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국민 피해 구상권 청구, 제주도 피해지원·안전 먹거리 조례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18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준비위원회’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제주민중의 삶의 터전인 바다가 핵오염수로 인해 황폐화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해양 방류 행위를 중단하고, 윤석열 정권은 지금이라도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24일 새벽 제주시수협 위판장을 방문해 수산물 방사능 검사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날 새벽 제주시수협 위판장을 찾아 수산물 방사능 검사과정을 점검했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도내 4개 수협 위판장에서는 제주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매일 실시할 계획”이라며 “유통 단계 전 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안전이 확인된 수산물만 유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날부터 원전 오염수 관련 대응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수산물 안전성 확보, 소비심리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

기존 14개 해역에서 진행해 온 바닷물 방사능 검사를 28개 해역으로 늘리고, 양식수산물을 대상으로 하는 방사능 검사를 연근해 어획수산물까지로 확대했다.

방사능 검사 결과는 알기 쉽게 신호등 형태로 만들어 도청 홈페이지와 대형 전광판, 버스정류소 전광판 등에 게시하고 있다.

또 수산물 소비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에 138억원을 긴급 투입한다.

하지만 도민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수산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현재 도내 수산물 안전성 검사 기기로 검사 가능한 항목은 세슘과 요오드 2개 항목뿐이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를 검사할 수 있는 분석 기기는 아직 들여오지 못했다.

특히 도내 수산물 검사를 진행할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 내 담당 인력은 보조원까지 포함해 총 5명이다. 시료 채취에 분석까지 장기간 업무를 이어가기에 모자라지만 현재까지 인력 보충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정밀검사를 진행할 기기도 4대가 전부다. 1건을 검사하는 데 3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정밀검사 의뢰 건수가 늘어날 경우 기기 부족으로 필요한 검사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확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증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제주 도내 수산시장은 오염수 방류 소식에 종일 한산한 모습을 띤 가운데 미리 수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제주시의 한 마트 수산코너에서 만난 김은현(여·52)씨는 “당장 오염수가 제주 앞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 텐데도 불안한 마음에 장을 보러 왔다”며 “조금씩 구매해 냉동실에 넣어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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