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침해 가득" 31개 시민단체, 교육부 고시안 폐기 촉구

이영일 2023. 8.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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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도 고시안' 폐기하고 학생인권법 제정해야"... 청소년시민행동, 24일 기자회견

[이영일 기자]

 학생인권법과청소년인권을위한청소년-시민전국행동외 31개 청소년, 교육, 인권단체들이 24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노동자간 대립을 조장하고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교원의 생활지도 고시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 청시행
"학생 인권 후퇴시키는 '생활지도 고시안' 폐기하고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경쟁입시제도를 비롯한 경쟁과 차별 교육을 중단하고 실질적 학교 자치 보장하라"
"교원의 노동·정치 기본권과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보장하라"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모든 교육노동자 정원 확대하라"
"학교 안 모든 교육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노동권 보장하라"

교육부가 교권 침해 대책이라며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과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아래 교육부 고시안)이 '반인권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인권법과청소년인권을위한청소년-시민전국행동과 교육공동체 벗, 인권운동사랑방,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등 31개 청소년, 교육, 인권단체들은 8월 2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고시안은 해결책이 아니라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며 "학생과 학부모, 교육노동자간 대립을 조장하고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교원의 생활지도 고시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청소년, 인권단체들 "학생인권 침해하는 내용 가득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활동가가 정부의 고시안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청시행
 
이들은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교사가 생을 마감한 이후 우리는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부가 그간의 교육 정책을 반성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바랐지만 정부는 교사의 인권보장을 위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인 양 몰아 세우더니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교원의 생활지도 고시안을 보면 학생의 용의 복장 규제를 가능케 한 점, 학생의 소지품에 대해 각종 이유로 검사와 압수를 허용한 점, 수업방해 및 불참 학생에 대한 각종 조치 등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생활지도란 명목으로 학생에게 사실상의 처벌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생활지도 불응 시 징계 요청'이 가능해 과도하고 자의적인 징계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선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 소속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규제는 이미 현재 학교에서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물리적인 제지와 압수까지 규정하고 있다. 물리적 제지라 함은 경찰로 치면 인신 구속이고, 압수는 압수수색 행위와 같다. 경찰조차도 이러한 행위는 영장이 있을 때만 가능한데 수업시간에 교사가 이러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판단해 시행하는 물리적 제지는 물리적 폭력의 빌미가 된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민서연씨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경기도의 학교에서도 각종 용의복장 규제나 소지품에 대한 압수, 인권침해 등이 이뤄졌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데도 각 학교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 조례가 실효성을 띄게 할 수 있도록 정부, 교육부장관, 교육감,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 아닌가. 그런 과제가 주어진 당사자들이 정작 해야할 일을 안하고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고 추진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교육부 고시안이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와 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 청시행
 
민 활동가는 또 "고시안 내용에 소지품 압수에 관해 '안전과 건강에 우려', '학생에게 판매될 수 없는 물품', '기타 학칙으로 소지를 금지한 물품'을 모두 압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포괄적인 이유로는 학생들의 화장품, 악세서리, 책 등 각종 소유물을 다 압수할 수 있다.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와 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고, 또 분리하여 보관한 물품을 언제 돌려준다든지 보상한다든지 하는 내용도 전혀 없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 생활지도 고시안 발표는 학생의 인권을 짓밟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씨는 "최근 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특정 행위 등의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부가 본 고시를 발표했는데 오히려 특수교육대상 학생, 특히 발달장애 학생의 행위를 개인적 일탈 행위로 간주해 이를 제지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이는 발달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의 제5·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하며 한국의 '경쟁적 교육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경쟁만이 목표 아니라, 아동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평등과 연대의 정신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문제를 장애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통제하고 관리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은 공교육의 지향점이 아닌 지양점인 것을 인지하고 본 고시를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 학생 인권 후퇴시키는 '생활지도 고시안' 폐기 및 학생인권법 제정 ▲ 경쟁과 차별 교육 중단 및 실질적 학교 자치 보장 ▲ 교원의 노동·정치 기본권 및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보장 ▲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교육노동자 정원 확대 ▲ 학교 안 모든 교육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노동권 보장 등 5개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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