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매출 10조" 내건 루닛…진단 넘어 플랫폼에 신약 개발까지(종합)
모든 항암 바이오마커 커버
플랫폼 활용 신약 개발까지
적극적 M&A 추진도 암시
"루닛을 암 정복의 세계 중심 회사로 만들겠다. 10년 이내에 연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서범석 루닛 대표)
창립 10주년을 맞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창립 20주년을 맞는 2033년 '연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목표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의 주력 사업인 암 진단에 더해 빅데이터 사업, 종합적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개발 등을 넘어 신약 개발에 대한 계획까지 제시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루닛스퀘어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간담회에서 서범석 루닛 대표는 "국내 기업이 특히 강점을 갖는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 'AI를 통한 암 정복'이라는 창업 정신과 기업 철학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루닛은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암 진단·치료를 위한 'AI 솔루션'을 넘어 데이터를 통한 '데이터-AI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자율형 AI,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다중체학(멀티오믹스) 바이오마커, 신약후보 물질 발굴 등의 목표를 함께 제시했다.
서 대표는 이 중에서도 "지금까지 루닛은 AI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회사였다면, 이도 계속할 것이지만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부분이 앞으로의 우리의 방향성이 될 것"이라며 AI 빅데이터 플랫폼의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빅데이터 플랫폼 분야에서는 AI를 기반으로 암 진단·치료 예측도를 높일 수 있도록 의료 빅데이터의 통합 관리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검진센터, 지역거점 병원, 임상시험 기관, 암센터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학습 모델을 통한 정밀 분석에 나선다. 이후 이를 의료기관 시스템에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통합형 AI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서 대표는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고 있는 데이터 소유·보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데이터는 각 병원에 있고 우리는 연결 권한만 있고, 각각의 병원에서 AI 학습이 이뤄져 이를 통합적으로 모으는 연합학습 기반의 접근 방법이 불가피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AI 기술의 고도화 면에서는 의사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형 AI 개발에 착수한다. 그러나 AI의 단독 진단은 여러 규제와 정확성 등의 문제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서 대표는 정면 돌파의 의지를 밝혔다. 그는 "논란이 있지만 정확도가 모두 해결해줄 것"이라며 "비용 면에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단 오류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책임을 누가 질 거냐고 하는데, 우리가 지겠다"며 "AI가 성능이 거의 완벽해 놓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 보험료를 조금 받고 아주 소수의 오류가 나타났을 때 보상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며 배상책임보험을 해결책으로 꺼내 들었다. 또한 이미 당뇨병성 망막병증 진단에 대한 자율형 AI 'IDx-DR'이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바 있고, 2021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결핵 검진 및 선별검사에서 X선 검사 판독 대안으로 AI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는 점도 짚었다.
더불어 전신 MRI 관련 기술도 개발한다. 한 번의 촬영 영상으로 전신의 모든 암을 검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현재도 전신 MRI를 통한 판독은 쓰이고 있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루닛은 기존 영상진단 대비 검출률은 높고, 위양성률은 낮은데다 방사선 노출 위험도 없는 차세대 솔루션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 대표는 "현재 검진되는 암종이 제한적인 만큼 모든 암종을 하나의 검사로 커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액체생검이 있지만 "암종 하나하나를 타깃하는 회사들만 그나마 정확도가 높다"며 "하나의 이미지로 모든 암을 커버하면 비용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기존의 주력 제품인 '루닛 스코프'는 활용도를 늘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항암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인 항체·약물접합체(ADC)까지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항암제 대상 바이오마커로의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학회에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환자의 바이오마커 수치를 확인할 경우 ADC의 치료 효능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바이오마커 면에서는 멀티오믹스 방식을 적용한 개발도 추진한다. 멀티오믹스는 유전체학, 미생물학 등 질병 연구를 위한 다양한 분석 및 접근법을 뜻한다. 이를 활용해 병리학과 의료영상을 통합 학습함으로써 더 높은 항암제 치료 효과 예측이 가능케 해 최적의 치료제 선택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더 나아가 신약후보 개발 기업으로의 변모까지 꾀한다. 서 대표는 "암 생존율을 높이려면 약이 필요한 만큼 루닛의 미션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유망 후보물질에 루닛 스코프를 적용해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면 이를 기술 도입(라이센스 인)해오고, 이후 직접 개발해 자체 상업화 또는 다른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라이센스 아웃)하는 식의 사업 모델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자체 신약 발굴(discovery)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도 토로했다. 서 대표는 "제약사들이 우리 바이오마커를 꽤 필요로 하는 만큼 거꾸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했다"며 "우리가 직접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적합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한 방향이라고 언급한 서 대표는 "다만 신약 발굴은 당장 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선은 플랫폼을 잘 형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루닛은 파트너십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인오가닉(inorganic)'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모든 것을 루닛이 홀로 하기보다는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까지 나서는 그림이다. 이 같은 성장 동력이 잘 갖춰질 경우 10년 후인 2033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현재 적자인 재무제표도 2025년까지 흑자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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