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직후 한미일 '벨' 울렸다…'캠프 데이비드 공약' 첫 가동
24일 북한이 소위 '정찰 위성'을 발사하자 한ㆍ미ㆍ일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 간에 합의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3국은 연쇄적인 대북 독자 제재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의 입장에선 도발 실패에 대한 정치적 타격은 물론, 강화된 3국 공조의 위력을 촉발하는 계기까지 제공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3국 정상회의 후 첫 도발
북한의 정찰 위성 발사는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무력 도발이다. 당시 3국은 "공동의 도전·도발·위협에 신속히 협의한다"는 내용의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하고 북한 핵·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에 가동하기로 했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서자 3국은 이를 정상 간 합의 사항에 대한 첫 도전으로 보고 '3자 협의 공약'에 따른 긴밀한 협의에 나섰다.
이날 북한의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보고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미사일 방어 협력 증대, 3자 훈련 정례화를 면밀하게 추진하라"며 "오늘의 분석 결과를 미국, 일본과 공유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한ㆍ미ㆍ일 외교장관 간 통화도 이날 오전 즉각 실시됐는데 외교부는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3국 외교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대북 독자 제재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개인·기관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같은 날 연쇄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중ㆍ러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가 추가 대북 제재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만간 3국이 동시다발적 대북 독자 제재를 또다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
"응분의 대가 치를 것"
이날 3국의 대북 규탄 메시지 또한 이전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NSC는 "북한이 주민을 기아와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경제 실정과 민생파탄의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며 그나마 없는 자원을 무모한 도발에 탕진하는 것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북한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덕훈 내각총리를 향해 "국가 경제를 말아먹고 있다"고 질책한 사실을 겨냥한 것으로, 결국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의 책임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백악관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실패하긴 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역시 "우주발사체에는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하거나 호환되는 기술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츠노 히로카즈(松野博) 관방장관도 이날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 주민 안전 측면에서도 매우 문제가 있는 행위"라며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가장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했다. 일본은 이날 새벽 북한의 발사체가 오키나와 현 등 자국 상공을 지나가자 미사일 경보를 발령했다 15분 뒤 해제했다.
━
안보리 조치 단행되나
유엔 등 국제사회의 맞대응도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5월 1차 발사가 실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2차 발사가 실패하자 "오는 10월 3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이 끊임 없이 추가 도발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국제 사회 또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북한의 1차 발사 실패 당시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이 잇따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발사 약 사흘 뒤 긴급 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면서 공동 조치 없이 끝났다.
다만 최근 중ㆍ러의 안보리 '발목 잡기'에 일정 부분 균열이 생겼다. 지난 17일 유엔 안보리에선 북한 인권 관련 공개회의가 중ㆍ러의 방해 공작 없이 6년 만에 개최됐다. 외교가에서 "중ㆍ러가 북한을 감쌀 명분이 점차 바닥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미국 측은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안보리가 최소한 '언론 성명' 수준의 공동 대응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만간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에 대한 안보리 회의가 소집되면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안보리 차원의 대북 공동 조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날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북·러 간 무기거래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또 그는 지난 18일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반러시아 대결 분위기를 고취시킨 것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국방상은 러시아에 대한 자신들의 지지와 연대를 재확인하면서 "미국 주도의 서방집단을 능가하는 정의롭고 진보적인 세력들의 물심양면의 지지성원속에 러시아 군대가 위대한 전승의 역사에 또다시 영광스러운 한페지를 써넣게 될 그날은 반드시 오게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범 내려온다' 뛰어 넘었다...'5억뷰' 이정재 이 영상, 어땠길래 | 중앙일보
- 세포 죽이는 '광란의 학살자'…마스크 씌우자 암만 죽였다 | 중앙일보
- "라면 먹을 때 '이것'도 같이…" 식약처 추천 '의외의 조합' | 중앙일보
- 모텔서 나오는 사진 디밀었다…아내 회사에 '외도' 알린 남편 | 중앙일보
- "우리 어머니가 아닌데…" 국립대병원 장례식장 황당 실수 | 중앙일보
- 분유·기저귀 팔려고 로켓배송 했겠나...비밀 풀어준 그래프 둘 | 중앙일보
- [단독]"차에 타" 한뒤 돌변…'가출 청소년 사냥' 들끓은 이곳 | 중앙일보
- 하루에 1년치 비 덮친 '천사의 도시'…한국도 안심 못 할 이 수치 | 중앙일보
- "뷔페 테이블 초콜릿 여성, 딸도 역겹다해"…이탈리아 리조트 무슨일 | 중앙일보
-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한국 출산율에 놀란 미국 석학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