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산단 규제 뜯어고친다…'청년·첨단산업 캠퍼스'로 탈바꿈
정부가 전국 1274개 산업단지의 '3대 규제' 입주 업종·토지 용도·매매 및 임대 제한을 뜯어고친다. 노후하고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산단에 첨단·신산업을 유치하고, 청년 근로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24일 서울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산업단지 입지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12만 기업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는 60년간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의 62.5%, 고용의 53.7%를 담당한다. 하지만 전통적 제조업에 치중됐거나 노후산단(착공 후 20년 이상)이 증가하고, 카페·편의점·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첨단·신산업 입주와 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산단 내 반도체·디스플레이·정보통신기기 기업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이어진 경직된 입주 업종 제한을 푼다. 산단 조성시 결정된 입주 업종은 5년마다 재검토하면서 산업 변화 등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업종이 확립되지 않은 신산업은 전문가 기구를 통해 업종·입주 가능 여부 등을 빠르게 판정한다. 또한 제조업을 지원하는 법률·세무·금융 등 서비스업의 산업용지 입주도 가능해진다.
기업의 투자 장벽도 대폭 헐어낸다. 현재는 공장을 설립한 후 5년 동안 매매·임대가 제한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입주 기업의 공장(용지 포함)을 금융회사 등에 '매각 후 임대'하는 자산 유동화를 비수도권 산단에 허용한다. 특정 기업이 직접 개발·조성해서 사용하는 개별기업 전용 산단엔 원래 정해진 업종 외에 추가적인 첨단 기업 입주 등도 허용한다. 주력 부문 외 신산업 분야로의 투자 확대를 끌어내는 차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에 섬유 등으로 업종이 제한됐던 구로디지털산단도 IT·지식 산업 등이 들어오면서 지금처럼 완전히 탈바꿈했다. 산단 규제 개선 효과가 당장은 안 보여도 나중엔 구로처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청년이 찾는 산단' 조성을 내세웠다. 산단 내 19~34세 청년 근로자 비율이 29%(2020년 기준)에 불과한데, 편의시설 등 산단 환경 개선을 가속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계획 변경 없이 토지 용도를 산업용에서 지원용으로 바꿀 수 있는 면적 상한을 확대한다. 산단별 3만㎡에서 최대 10만㎡까지 늘리는 식이다. 편의시설용 토지 위에 주차장, 체육·문화시설 등을 빠르게 확충하도록 정부의 '산단환경개선펀드' 예산 규모도 키운다. 민간 투자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 이익 부담도 조정해줄 예정이다. 그 밖엔 지역특화형 브랜드 산단 조성 등 지자체에 산단 정책 수립·추진 권한도 더 많이 이양하기로 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공장 하나 더 짓는 것보다 근로자들의 편의성·정주 여건을 높이는 게 산단을 살릴 수 있다. 편의시설 등이 충분히 공급되면 산단 기피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기존의 정부 재정 투입 대신 민간 투자 유치 중심으로 산단 정책 방향을 틀게 됐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한 '산단 대개조' 사업 등에도 큰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노후 산단도 2010년 258개에서 2025년 526개로 두 배가 되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법령 개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산단 규제 개선으로 2033년까지 24조4000억원 이상의 투자 유발, 1만26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규제학회장)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늘리기보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쪽으로 가는 건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경제 성장을 위해선 첨단·신산업뿐 아니라 전통적 제조업, 그리고 산단 밖 기업을 위한 규제 개선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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