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얼렁뚱땅' 통일부 대북지원...돈만 받고 물품 안보낸게 14억

김정재 2023. 8. 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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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조직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해 통일부의 ‘남북협력 사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의 모습. 뉴스1


2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2년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해 약 1조 5700억원의 납북협력기금을 배정받았지만 각종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며 약 80%에 해당하는 1조 2500억원을 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3200억원이 집행됐지만, 그마저도 일부 사업은 실제 추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조금 환수가 제대로 안 된 사업도 있었다.


① 영유아 지원, 돈만 날렸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최한 북한인권 공개토의에서 탈북민 김일혁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해 북한 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영양·보건 서비스 등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북한 영유아 지원 사업’에 예산 23억 2000만원을 투입했다. 이 예산은 총 7개의 관련 단체에 지급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14억원가량을 받은 4개 단체는 지원 물자를 북한에 보내지 않았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보조금 환수절차에 들어갔다.

이 중 2개 단체는 보조금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았다. 다른 한 단체는 보조금 원금은 반환했지만 이자는 내지 않았다. 예결위 전문위원은 “통일부가 제출한 결산자료만로는 북으로 다 지원됐다고 판단하게 된다”며 “결산 자료와 실제 상황은 달랐다”고 지적했다.


② 이산가족 예산 95% 불용


KBS 스튜디오. 여의도.
‘이산가족교류 지원’ 사업 예산은 배정된 예산 202억 3000만원 대부분이 쓰이지 않았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행사 지원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 사업 예산 약 180억원은 남북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전액 불용액이 됐다. 예결위는 “5800만원 상당의 화상상봉장 설치를 위한 전자기기도 구입했지만, 그마저도 북한이 거부해 국내 사용으로 전용됐다”고 말했다.

‘이산가족교류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도 집행은 절반에 그쳤다. 예결위는 “2020년 이후 국경 봉쇄 등으로 집행이 어려워져 실적이 저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영상편지 제작 등 교류 활성화를 위한 기반 사업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③ 월북 루트된 평화의 길


철책 귀순 사건 당시 상황 및 광망 미작동 원인 그래픽 이미지.
‘DMZ 평화적 이용’ 사업도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예결위는 “약 25억원이 투입된 철원 백마고지 평화의 길 사업과 약 20억원이 투입된 고성 평화의 길 사업은 남북관계 상황 및 정책환경의 변화로 전액 불용 됐다”며 “인근 구간을 통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해 동력을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국방부에 따르면 ‘기계체조 선수’ 출신의 30대 탈북민이 고성에 위치한 22사단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점프 귀순’ 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질타하며 대대적 변화를 지시했다. 이에 통일부는 23일 남북 회담과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실·국 4곳을 국장급 1개 조직으로 통폐합하고 정원의 13%에 달하는 총 81명을 감축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외통위 소속의 한 의원은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더 다양한 문제가 지적될 것”이라며 “통일부의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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