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대선 경선 첫 토론…"트럼프 최고" 추켜세운 이 사람

김형구 2023. 8.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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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첫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연단에 서 있다. 왼쪽부터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2024년 대선후보를 가리기 위한 경선 레이스가 23일(현지시간) 본격 개막했다.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첫 후보자 토론회를 시작으로 후보 선출이 확정되는 내년 7월까지 11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날 토론회는 공화당 경선 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1강’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열렸다. 토론회에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더그 버검 노스다코다 주지사,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등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정한 토론회 참여 기준을 충족한 8명의 후보가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 사법 리스크, 낙태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 범죄 대책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하며 ‘2위 싸움’에 뛰어든 라마스와미를 둘러싸고 각 후보들이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하이라이트는 사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 방에 없는 코끼리’로 비유하며 만약 그가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그를 지지할 것인지 손을 들어 답해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손을 든 라마스와미 후보를 비롯해 6명이 손을 번쩍 들었고,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손을 살짝 들었다 곧 내렸다. 의사를 명확하게 해달라는 사회자 물음에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나도 손을 들고 있었다”며 “이런 행위를 정상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가 맞든 아니든, 믿든 믿지 않든 문제는 그 행위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벌어졌다는 일”이라고 말하자 친트럼프 성향 공화당원이 많았던 청중에서 야유가 나왔다.

유일하게 손을 들지 않은 허친슨 전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윤리적으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명백하게 중죄를 저지를 사람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왼쪽) 전 미국 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3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첫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서도 “우리는 (친트럼프주의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진) 2021년 1월 6일이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살짝 비켜 갔다. 토론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없었지만 그와 관련된 논쟁이 주를 이루자 미 뉴욕타임스(NYT)는 “첫 토론회가 트럼프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고 전했다.

낙태 정책을 놓고는 사실상 낙태 찬성 입장에 선 헤일리 전 주지사와 ‘친생명’을 표방한 나머지 후보들 간에 전선이 그어졌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미국이 이 문제를 악마화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낙태 문제에 가장 보수적인 펜스 전 부통령은 “합의는 리더십의 반대”라며 헤일리 전 주지사를 공격했다.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라는 취지였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민주당이 낙태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은 잘못됐다. 우리 정책이 민주당보다 낫다”며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디샌티스는 선명한 정책적 관점이나 이념 성향을 드러내는 대신 민주당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주지사 업적을 홍보하는 데만 집중해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NYT의 한 기자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오늘 밤 트럼프의 부재 속에 무대에서 최고의 표적이 될 준비를 했지만 토론회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는 관전평을 남겼다.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왼쪽) 후보와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첫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라마스와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21세기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등 ‘친트럼프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며 토론회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NYT, 워싱턴포스트(WP)는 각각 “라마스와미는 거의 모든 논쟁적인 토론의 중심에 있었다” “토론회는 밀레니얼 후보인 라마스와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평했다.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토론 중 라마스와미가 탄소 에너지 저감 대책을 “우리 경제에 젖은 담요”라 비유하며 비판하자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인공지능 챗봇 얘기처럼 들린다”며 “버락 오바마와 같은 유형의 아마추어”라고 쏘아붙였다. 라마스와미는 “당신이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것처럼 저의 대통령 당선에도 기여를 할 것”이란 말로 맞받았다.

범죄 대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라마스와미 후보가 “강력범죄의 급증은 정신건강 기관들을 폐쇄 조치한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이 국가 정체성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하자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단지 미국은 우리 국민만큼 좋은 정부가 필요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38세로 공화당 경선 주자 가운데 가장 젊은 라마스와미를 겨냥해 “지금은 견습생을 위한 시점이 아니다. 우리는 ‘루키’가 필요 없다”고도 했다.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놓고는 헤일리 전 주지사가 라마스와미 후보 공격에 나섰다. 라마스와미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군사적 지원을 우리 국경을 지키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하자 헤일리 전 주지사는 “라마스와미의 논리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나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그들을 남쪽 국경 지대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폭스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CNN 방송은 “라마스와미 대 나머지 후보들의 토론이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한 방을 보여준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 빠진 트럼프, 45분짜리 인터뷰 공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청자가 폭스 뉴스에서 생중계된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첫 토론회 도중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고 폭스 뉴스 간판 앵커 출신 터커 칼슨과 진행한 사전 녹화 인터뷰를 내보냈다. EPA=연합뉴스
토론회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의 터커 칼슨과 한 사전 녹화 인터뷰를 토론회 예정 시각 5분 전인 이날 오후 8시 55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약 45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토론회에 나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8명인지 10명인지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이 내게 소리를 지르면서 질문을 할 텐데 내가 답변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신에 대한 좌파의 조직적 시위가 2번의 탄핵 시도로 이어졌고 기소까지 이어졌다. 그들이 당신을 죽이려 할까 봐 걱정하느냐”는 칼슨의 질문에 “그들은 야만적인 동물들”이라며 “이들은 병든 사람들이고 우리나라를 증오하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2020년 대선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는 “바이든은 너무 나쁘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힐난했다.

트럼프는 또 “내가 북한과 잘 지내서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며 “북한은 엄청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집권했거나 오바마의 사고방식이 계속됐다면 핵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커 칼슨의 X 계정을 통해 공개된 트럼프 전 대통령 인터뷰는 X 게시물에 오른 지 약 3시간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 칼슨은 미국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였다가 지난 4월 해고된 뒤 ‘X’를 통해 자제 제작한 인터뷰 방송 등을 내보내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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