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시작, 유통업계 "주의 격상…검사 수위 높인다"(종합)
대응 단계별 수산물 검사 강화
먼바다 상품·비축분을 확대 등 대응
"소비자 불안감 해소, 정부 적극 나서야"
일본이 24일 오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국내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업계는 대응 단계별 수산물 검사 강화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오염수 영향이 없는 먼바다 상품이나 비축분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형마트는 올 초부터 수산물 방사능 안전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평시·주의·경계·심각 중 주의 단계로 대응 체계를 격상해 검사흫 강화한다. 주의 단계에서는 검사 대상 어종 중 최대 75% 샘플링 검사를 진행한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 6월부터 검사 건수를 높여 최대 50%까지 샘플 정밀 검사를 진행했으나 이날을 기점으로 75%까지 검사를 진행하는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며 "고객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대응 강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취급 수산물에 대해 1차로 물류센터에서 간이 방사능 기기로 수치를 한 차례 검사하고, 이튿날 이마트 상품안전센터에서 정밀기기로 방사능 검사를 추가 진행한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2월부터 산지에서 매장에 상품이 입고되는 전 단계별로 수산물 안전성 검사 체계를 구축해 시행 중이다. 현재는 롯데안전센터에서 주요 포구별 샘플에 대해 분기별 1회 진행하던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주 4회로 확대해 진행 중이며, 방류 이후 검사 횟수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오염수 방류 시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공급업체 자체 검사를 통해 안전이 확인된 상품만을 확보해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에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에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를 시행, 안심하고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산물 안전관리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향후 정부의 정책 및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산물 안전 확보를 빈틈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도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산물 검사를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2011년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수산물 방사능 조사 결과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등 수산물 안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산 수산물의 경우 정기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는 지역 수협 위판장에서만 상품을 수매하고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에서 추가로 방사능 검사를 진행해 방사능 리스크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점포별로 간이 방사능 측정기 구비를 완료했으며, 일부 물량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식품연구소의 고성능 방사능 측정기도 활용할 방침이다.
홈쇼핑 역시 전수 검사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현재 판매 상품에 대해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전문 기관에 앞으로는 방사능 검사도 추가 의뢰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전 상품은 방송 전 제휴된 전문 기관을 통해 품질 검사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방사능 검사까지 거치도록 절차를 늘린 것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지금 판매 중인 수산물은 최소 3개월 전에 소매해서 가공·보관하고 있는 상품이라 당장 오염수의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기존 안전성 검사를 한층 강화하며 소비자 불안 해소에 나섰다. 현대홈쇼핑은 현재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방사능 분석센터를 통해 일차적으로 식품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구비한 수산물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판매 전 '샘플 조사'를 추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오염수 방류 결정 직후 고성능 방사능 측정기 구비를 결정했다.
NS홈쇼핑은 지난달 25일 방사능 계측장비 및 방사능 방재시스템 개발 업체인 알엠텍과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산물 상품의 안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NS홈쇼핑은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해 매월 주기적인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방사능 검사 이후에도 장기적인 결과를 추적해 중소기업 NS 파트너사에까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수산 선물세트 관리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굴비, 선어, 멸치 등 대표적인 수산 품목의 추석 비축 물량을 올 설 대비 3배 이상 확보했다. 내년 설까지의 예상 물량을 미리 비축해 안심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국내산 굴비와 갈치, 옥돔 등을 내년 설 물량까지 사전 확보했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에콰도르 등 일본과 지리적으로 멀고 방사능 리스크가 적은 지역의 갑각류와 선어를 신규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이같은 상품을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 수산물 전체 품목 중 대서양이나 지중해산 상품은 전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명절 선물세트 대표 상품인 굴비, 옥돔 등에 대한 물량 수매를 이미 끝냈다고 설명했다. 구비 물량은 적정 온도를 철저히 유지하는 저장 창고에 보관 중이며, 굴비와 갈치 등 저장이 가능한 수산물은 원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한편 수입처 다변화에도 나섰다.
롯데마트는 "수산 선물세트는 국산 냉동 굴비, 갈치, 옥돔이 주요 상품"이라며 "전 상품 모두 오염수 이슈 이전에 사전 비축된 냉동 물량이어서 원재료에 대한 영향은 없으나, 세트 생산 직전 전 상품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품질 검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산 굴비, 갈치, 옥돔을 포함해 김 선물세트 수요가 낮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산 냉동 새우 선물세트를 새로 선보이고, 프리미엄 명란 물량 및 육포 대용량 선물세트 상품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최종 소비자의 불안감이 해소돼야 하는 문제이므로, 업계의 이같은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 역시 필요하다고 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증폭된 소비자 불안 심리를 적극적으로 나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수산물 소비는 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2011년과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유출을 시인한 2013년 급감한 바 있다.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국회 토론회에서 2011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개월간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4% 줄었다고 밝혔다. 2013년엔 전통시장에서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각각 20% 수산물 소비가 줄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방류 이후 소비자 불안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 걱정을 덜어주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지원해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비치하고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주기적으로 수역을 샘플링해 오염도를 공표하는 등 방식은 다양하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투트랙으로 지원하면 소비자 불안도 많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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