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조정 '외줄타기'…인상도 인하도 '딜레마'

고정삼 2023. 8. 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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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0%로 5회 연속 동결
여전히 물가안정 방점 둔 통화정책
가계부채도 미시적 정책 대응 우선
한·미 금리 차 추가 확대 우려 여전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이미지.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둘러싼 외줄타기에 들어갔다. 물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통화정책의 고삐를 조금 풀 타이밍이 왔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미국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역전 폭 확대는 섣불리 완화 쪽으로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시장 상황에 한은이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당분간 딜레마적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3.50%를 조정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4·5·7월에 이어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7연속 인상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에는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21년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50%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이 같은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물가 둔화세가 관찰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2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이후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물가 경로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한은은 통화정책의 초점을 여전히 물가에 두고 있다. 현재 2%대를 나타내고 있는 물가 상승률은 올해 안에 3%까지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이는 당초 예상했던 흐름"이라며 "올해 중 상승률도 지난 5월 전망치에 부합하는 3.5%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이날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두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커지면 물가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추이. ⓒ뉴시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공개된 미 연준의 7월 회의록에는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되는지 유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어 금리를 상방으로 열어두는 것"이라며 "인하보다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지난 1월을 끝으로 종료됐다고 보 는 것이 타당하다"며 "현재는 급하게 인하 가능성을 논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통화당국의 금리 정책에 대한 기본 견해라는 입장"이라고 봤다. 이어 "따라서 향후 한국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3.50%까지 올해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 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p)가 유지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차이다. 최근 미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내달 FOMC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 금리와의 격차 수준 그 자체보다는 미국의 긴축 기조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오래,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경우 시장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미시적 시장 개입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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