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계빚 경고, 한은총재 "불황엔 부동산 띄우기 유혹"
[조선혜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한국은행 |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치 1.4%로 유지하는 한편, 내년 성장률은 2.2%로 1%포인트 내렸다.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준금리는 연 3.50% 그대로 유지했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중국의 최근 부동산 시장 변화라든지,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 파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이) 중국 외환시장, 주식 변동에 초점을 많이 두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확실 요인이 더 커졌고, 그로 인해 중국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며 "(하지만) 저희가 지난달 예상했던 성장률보다 크게 낮아진 상황은 아니어서,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올해가 4개월 남았는데, 사실 어떤 충격이 있더라도 그 영향은 3분의 1"이라며 "지금 성장률을 크게 조정할 이유가 없는지는, 10월쯤 중국이나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자율 결정 등을 확인한 뒤 보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발 위험에도 이날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유지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중국 빠른 회복 어려울 가능성 커져...내년 우리 성장률 하향"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발 충격이 우리나라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총재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내년에도 저희가 예상했던 빠른 회복은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면에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낮춘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이번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며 "주요국 통화정책·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수준이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경고하면서, 정부 당국과 규제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미 그 수준은 넘었다고 본다"며 "부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자율이 지금처럼 조금만 올라가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그것들이 성장률을 낮추는 영향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22일 올해 2분기(4~6월) 가계 빚이 18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한국은행 |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5%에서 101% 정도까지 내려왔는데, 그것이 100% 밑으로 가고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했다.
한은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상기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비중이) 내려가는 수단은 한국은행만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수단이 정부에 있고, 한은의 역할은 정책 자문"이라며 "유동성 면에선 당연히 한은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관리를 통해 가계부채가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경제 성장을 통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느냐, 그것은 지금 사실 정책 의지와 그다음에 성장률이 어떻게 되느냐에 많이 달려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 띄우기'에 대한 유혹을 견딜 수 있는지도 가계부채 해결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 선 긋기..."인상 가능성 열어두기로"
"정책 의지라는 것은, 불황이 오면 제일 먼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부동산 시장을 띄우고 대출해 주고, 또 호황이 오면 좀 줄이다가, 불황이 오면 또 하고, 이런 것은 어느 나라나 다 있기 마련이죠. 지난 30년 경험이 다 그것 아닙니까. 좀 줄인다고 하더라도 불황이 오면 또 늘리고 이런 것이요. 그래서 그럴 때 그런 유혹을 견딜 수 있느냐.
그리고 또 경제가 너무 침체하면 이걸 고치기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래서 성장률이 어느 정도 올라가느냐, 그것을 통해 점차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것을 할 수 있느냐는 (해외에도) 다른 좋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 봐야 하겠지요."
또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까지로 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같은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금리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어느 정도 오래 갈지, 이런 것에 따라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그에 따라 물가 변동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게 큰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가계 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할지도 유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를 상방으로 올리는 옵션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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