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유플라이마' 美 3대 PBM 입성…"이달 중 19% 커버율 확보"
국산 휴미라 시밀러 중 첫 3대 PBM 등재
선호의약품·고농도 장점 살려 공략
에피스 '하드리마'도 보험 접근률 20% 달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유플라이마'가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처방집(formulary) 등재에 성공했다. 지지부진한 듯 보였던 국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공략이 본격적인 물꼬를 트는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PBM 중 하나인 옵텀Rx는 최근 휴미라 외에 유플라이마와 베링거인겔하임의 바이오시밀러 '실테조'를 공보험인 메디케어의 처방집에 선호 의약품(preferred drug)으로 함께 올렸다. 미국 공보험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메디케이드로 나뉜다. 이 중 메디케어의 비중이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3대 PBM의 주요 처방집에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PBM의 중요성은 한국과 다른 미국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 특수 의약품 중 자가 투여로 처방이 이뤄지는 아달리무맙 성분은 '약제 급여(pharmacy benefit)' 시장에 포함된다. 이 시장에서 의약품의 유통·판매를 위해서는 PBM에서 보험사를 대행해 선정한 처방집에 약품이 등재돼야 한다. PBM은 이 과정에서 제약사와 약가 및 리베이트 수준을 논의하게 된다. 공보험 영역에서 이러한 업무를 PBM에 위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내 판매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PBM의 처방집에 등재되고, 이 중에서도 어느 등급에 놓이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휴미라 PBM 시장은 CVS케어마크(33%)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24%), 옵텀Rx(22%) 등 3개 대형 PBM이 80%에 달하는 점유율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플라이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등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소규모 PBM이나 PBM이 아닌 보험사의 처방집에 등재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들 대형 PBM의 처방집에는 입성하지 못하면서 약 186억달러(약 24조6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아달리무맙 시장 공략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왔다.
하지만 앞서 지난 1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달 말 유플라이마를 미국 주요 PBM 가운데 한 곳의 공보험 시장에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하기 위한 리베이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미국 전체 시장의 11%를 차지하는 지불자(payor)와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밝힌 계약의 대상이 옵텀Rx의 메디케어 처방집으로 확인되면서 차근차근 미국 시장 공략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번 처방집 입성으로 유플라이마는 미국 전체 휴미라 시장 중 14%에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규모는 개별 PBM이 관할하는 공보험 처방집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미국 아달리무맙 시장은 공보험 47%, 사보험 53%로 거의 양분돼있다. 여기에 더해 서 회장이 "이달 안으로 5% 점유율의 지불자와 계약을 마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달 내에만 PBM 중 20%가량의 시장 접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된 만큼 확실한 접근 루트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PBM 처방집 내 의약품은 동등한 위치를 갖지 않는다. 최우선 의약품이라 할 수 있는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되지 않으면 실제 보험비 환급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현실적으로 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고, 병원에서도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비선호 의약품에 대한 처방을 꺼리게 된다. 하지만 유플라이마는 국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처음으로 PBM의 처방집에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되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번 옵텀Rx 메디케어 처방집에 함께 오른 바이오시밀러가 실테조뿐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테조는 유일하게 교체 가능(interchangeable) 승인을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서 강력한 경쟁상대다. 그러나 약물 농도가 낮은 저농도 제형으로만 개발됐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반면 유플라이마는 농도를 높여 약물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인 고농도(HCF)로만 개발됐다.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아달리무맙 시장 내 고농도 제형의 처방 비중은 87%에 달하는 만큼 실테조와의 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도 계속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 6.4%로 6위권 PBM인 프라임 테라퓨틱스의 처방집에 포함됐고, PBM은 아니지만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시그나헬스케어, 센틴 등 주요 보험사 처방집 입성을 통해 보험사 기준 20% 내외의 시장 접근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익성 전략에 부합하는 다수의 PBM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연내 미국 인구의 40%를 커버하는 보험 시장에 유플라이마를 등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그룹은 기존에 허가받은 40㎎/0.4㎖ 용량 외에도 20㎎/0.2㎖, 80㎎/0.8㎖ 등의 용량을 추가로 허가받아 휴미라와 가장 유사한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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