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새벽훈련에 심야 인터넷 차단…선수촌의 해는 조금 일찍 뜬다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촌은 요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선수가 오전 6시에 모여 몸을 풀기 시작하고, 자정이 되면 와이파이가 자동으로 차단된다. 30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장재근 선수촌장은 24일 선수촌 내 챔피언 하우스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이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 매일같이 떨린다"며 "그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훈련 시스템에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새벽 훈련 의무화'가 그 첫 번째다. 장 촌장은 "예전에는 새벽 훈련을 선수 자율에 맡겼지만, 지금은 의무적으로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새벽 훈련이) 경기력 향상과는 관계없을지 몰라도,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 태릉 선수촌 시절에 2주에 한 번 진행하던 단체 산악 훈련도 부활했다. 장 촌장은 "선수들이 메달을 향한 집념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선수촌 내 인터넷 사용에도 제한을 뒀다. 장 촌장은 "선수들이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5시간 동안 와이파이를 차단했다. 1인 1실 체제로 생활하고 있어서 선수들이 방에 들어가면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다음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에 한시적으로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 지속 여부는 대회가 끝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환경이 가장 낯설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댄스 스포츠(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헌우다. 그는 관련 질문을 받자 "브레이킹은 '힙합'에서 파생한 종목이다. 그동안 자유롭게 생활해왔는데, 요즘 선수촌에서 '스포츠인'으로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감사하다"며 장난스럽게 인사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김헌우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단체 생활을 하는 선수라면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새벽 훈련 때 체조 시간이 있는데, 브레이킹 선수들이 춤을 추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한국 브레이킹을 아시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독 고삐를 조이는 이유가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49개를 따내 일본(75개)에 26개 차 뒤진 종합 3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0개를 넘기지 못한 건 1982년 뉴델리 대회(28개)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었다.
장 촌장은 "한국은 당시 세대교체 과정에 있었고, 선수촌 생활에서 자율성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위해 한창 투자를 많이 하던 시점이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 10개 이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각 종목 대표 선수들도 남다른 목표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 구본길은 "이번 대회가 내게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다. 4연패를 위해 다른 대회보다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구본길이 이번 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면,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 7개로 역대 한국 선수 최다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그는 "한국 펜싱이 세계 무대에서 강하다 보니 상대 국가에 많이 파악됐다. 비디오 분석과 피지컬 트레이닝 등 필요한 모든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탁구 대표 신유빈은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될 뻔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돼 값진 기회를 잡았다. 그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라 설렌다. 키는 가장 작지만, 꼭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항저우 대회를 은퇴 무대로 삼은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대표 김현우도 "최근 한국 레슬링의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책임감을 느낀다. 개인이 아닌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천=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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