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신의 직장? 이제는 옛말

이은철 2023. 8. 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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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재직자들의 변화된 인식이 반영된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박준태 크라운인사이트 대표는 "젊은세대의 인식 변화로 공공기관도 기존의 수직적 질서나 평생직장 공식이 깨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재직자의 워라벨이 낮고 이직의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표현의 자유 항목은 민간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할 말은 한다는 젊은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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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인사이트, 블라인드 직장인만족도 조사 분석결과 발표
국민일보 DB


공공기관 재직자들의 변화된 인식이 반영된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기업문화컨설팅 기업 크라운인사이트는 최근 ‘2022년 블라인드 직장인 만족도 조사’ 원데이터를 재가공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6480개사 2만2159명이 응답한 조사에서 공공기관 재직자(268개 기관, 2014명)를 별도 분류해 민간기업(6212개 기업, 2만145명)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장 주목할 점은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에 비해 소위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낮으며, ‘최근 1년 내 이직시도’는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공기관 재직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하거나 이직희망율이 높게 나타난 점은 과거에 비해 달라진 조직문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컴플라이언스(윤리) ▲업무 의미감 ▲업무 중요도 ▲표현의 자유 ▲심리적 안정감 등 항목에서는 공공기관이 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회사에 부정행위가 생길 경우, 우리 회사는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컴플라이언스 항목에서는 민간기업 대비 가장 큰 편차(+0.31)를 보였다.

업무 의미감은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내게도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이다. 업무 중요도는 ‘내가 하는 일이 우리 팀이나 회사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인데 이러한 항목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은 공공적 성격의 업무에서 오는 만족감과 업무 재량권이 확보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박준태 크라운인사이트 대표는 “젊은세대의 인식 변화로 공공기관도 기존의 수직적 질서나 평생직장 공식이 깨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재직자의 워라벨이 낮고 이직의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표현의 자유 항목은 민간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할 말은 한다는 젊은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마무리되면서 근무매력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인 만큼,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공공기관 재직자가 꼽은 최고의 공공기관은 ▲한국가스기술공사(3.64점) ▲한국산림복지진흥원(3.63점) ▲코레일관광개발(3.60점) ▲주택관리공단(3.59점) ▲한국산업인력공단(3.58점) 순으로 나타났다.

워라벨이 가장 좋은 공공기관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3.90점) ▲한국도로공사서비스(3.89점) ▲대한적십자사(3.77점) ▲한국산림복지진흥원(3.70점) ▲강원랜드(3.67점) 순으로 나타났으며, 업무 의미감이 가장 높은 곳으로는 ▲한국전기안전공사(4.30점) ▲한국가스기술공사(4.20점) ▲한국산업인력공단(4.19점) ▲한국도로공사(4.11점) ▲한국교통안전공단(4.10점) 순이었다.

컴플라이언스(윤리) 항목이 가장 높은 곳은 ▲코레일관광개발(4.46점) ▲한국보건산업진흥원(4.40점) ▲한국가스기술공사(4.30점) ▲충남대학교병원(4.29점) ▲한국산림복지진흥원(4.20점) 순이었다.

한편, ESG 투자와 경영이 일반화되면서 MZ세대가 주도하는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기업의 비재무적 영역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재직자 평가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블라인드의 기업 별점 리뷰는 미국과 한국기업에 집중 투자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ESG데이터로 꼽힌다. 비재무영역의 기초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셜(S), 거버넌스(G)에 특화된 평가데이터로 활용되거나 기존 ESG 평가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택 경희대학교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주임교수는 “기업들의 조직진단 기법이 구성원 상호평가의 단계를 넘어 재직자 전체가 경영자와 조직을 평가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경영, 기업평가, 투자 영역 전반에서 재직자 평가가 확산되고 조직문화 혁신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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