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입맞춤' 당한 스페인 여자선수 "축구협회장 처벌해야"

에르모소, 루비알레스 회장 처벌 요구... 선수 노조도 나섰다

[윤현 기자]

▲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의 '기습 입맞춤' 논란을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스페인 축구협회장으로부터 기습 입맞춤을 당한 선수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BBC방송, <가디언> 등에 따르면 24일(한국시각)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간판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는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처벌받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내가 가입한 노조인 풋프로(Futpro)와 에이전트가 이 문제에 대한 내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풋프로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행위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축구협회장이 제재를 받고,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행동으로부터 여성 축구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모범적인 조치가 채택되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우승 감격스러워서? 선수들한테 '입맞춤' 협회장

▲ 헤니페르 에르모소(11번),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오른쪽)

스페인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곧이어 시상식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단상으로 올라온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고,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주요 외신과 스포츠 및 여성 단체는 루비알레스의 행동이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비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뺨이나 목에 입맞춤하며 축하를 넘어서는 행동을 반복했다.

에르모소는 시상식 직후 라커룸에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라이브 방송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웃으며 말했고,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은) 친밀함의 표현이었고, 엄청난 기쁨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루비알레스 회장도 "감정이 벅차올라서 실수를 했다"라며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스페인 총리 "용납할 수 없는 행동"... 궁지 몰린 협회장

그러나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관저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우승 축하 행사에서 "우리가 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라며 "축구협회장의 행동은 부적절했고, 사과도 충분치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했지만, 회장의 행동은 남녀 평등을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총리가 직접 비판에 나서자 후폭풍은 더욱 거세졌다. 스페인 여자축구 리가F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페인 축구 사상 최대의 성취를 더럽혔다"면서 "스페인과 스페인 스포츠, 세계 여자 축구에 대한 전례 없는 망신"이라고 규탄했다.

리가F는 국가스포츠위원회(CSD)에 루비알레스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전달하면서 "스페인 여자대표팀에 영원한 꼬리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피해 당사자인 에르모소까지 입장을 바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궁지에 몰렸다. 스페인축구협회는 '긴급 상황'을 공지하고 오는 25일 임시 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