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추락하는 프리고진 전용기…“탑승 안해” 의혹도 [영상]

김성훈 2023. 8. 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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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당국 ‘프리고진 탑승’ 공식 확인에도 추측 무성
경로추적 결과 문제 발생 후 ‘통제불능’ 곤두박질
날씨는 비행 적합…미사일 피격·기체결함 분분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하는 모습과 추락해 연기가 피어나오는 모습. SNS 캡처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을 두고 갖가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추락한 전용기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이 있다는 러시아 당국의 발표만 있을 뿐 전용기 추락 원인 등에 대해선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추락기에 탑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해외 커뮤니티와 SNS 등에 확산한 영상을 보면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증기나 연기로 보이는 기체를 내보내며 땅으로 머리를 향하고 곤두박질쳤다. 추락 과정에서 기체가 뒤집히거나 방향이 틀어지는 모습이 포착됐고 마치 낙엽처럼 추락하는 모습이다.

군사 전문가 숀 벨은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 비행기는 완전히 통제불능 상태에서 증기 꼬리를 달고 나선형으로 직하했다”며 “이는 상공에서 모종의 재앙 같은 실패가 있었다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SNS 캡처


일부 러시아 매체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한두발 맞아 격추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러시아 당국이 확인하거나 서방 정보기관 등이 신뢰성을 점검해 발표하지 않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로이터 통신은 추락 경위와 관련해 이 여객기가 이상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추락했다는 전문가 분석에 주목했다. 항공기 경로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이언 페체니크는 이상조짐이 보인 것은 오후 6시19분(모스크바 시각)이었다고 전했다.

페체니크는 “비행기가 갑자기 수직으로 아래로 향했다”며 30초도 되지 않아 운항고도 8.5㎞에서 2.4㎞를 내리꽂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이 일어났든지 간에 빠르게 일어났다”며 “그 때문에 탑승자들이 비행기와 씨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체니크는 또 프리고진 전용기의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직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프리고진 전용기의 위치 정보가 추락 전에 마지막으로 플라이트레이더24에 기록된 것은 오후 6시11분이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그 지역에서 이뤄진 재밍(jamming·전파방해) 등으로 인해 신호 수집이 어려워졌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SNS 캡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30여초에 걸쳐 수㎞씩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다가 결국 떨어졌고 마지막 신호가 기록된 시각은 오후 6시20분이었다.

러시아 항공당국 로사비아차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는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올해 6월 무장 반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해 망명지 벨라루스로 갈 때 탄 것과 같은 여객기라고 전했다.

전체 좌석은 13석으로 추락 당시 프리고진은 동료 6명, 승무원 3명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러시아 항공 당국은 현재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그너그룹 측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추락 원인으로 주장했다.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해 화재가 발생했다. UPI 연합뉴스


격추설과 함께 기체 고장 때문에 추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 항공기 정비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재 탓에 정비를 제대로 못 받거나 부적절한 부품을 쓴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해당 항공기를 제작한 브라질 업체 엠브라에르 SA가 최근 몇 년간 추락기에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정권을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킬 만한 실력자가 전용기 관리에 소홀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가 구소련권이나 중국 등을 통해 서방 제재를 회피, 무기에 쓰일 반도체까지 밀수한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풍 등 날씨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프리고진이 추락한 비행기에 없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스카이뉴스는 추락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이 8구라는 보도가 있다며 프리고진 탑승 여부에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고 전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UPI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사고 발생 3시간여 뒤에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탑승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탑승한 기체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기 위해 전날 오후 6시59분 모스크바 외곽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이륙했으며, 약 15분 뒤 트베리 지역 상공을 지나던 중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러시아 연방항공운송국은 사고 비행기 탑승객 명단에 프리고진과 우트킨 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요식업체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해왔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해 군 수뇌부와 갈등을 일으키다 지난 6월 말 수천 명의 용병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중단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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