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킬러 규제’ 혁파로 8.8조원 효과…위험 소홀 우려도

장정욱 2023. 8. 2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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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파·규제 혁신 전략회의 개최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 완화
환경영향평가 면제 ‘간이평가제’ 도입
환경단체 “규제 완화 신중…사고 위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킬러 규제 혁파 규제혁신 전략회의'에 앞서 지난 22일 환경부 기자실에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부가 ‘킬러 규제’를 혁파해 오는 2030년까지 누적 8조8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 완화로 환경 파괴나 위험물질 안전사고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환경부는 24일 오전 열린 ‘킬러 규제 혁파 규제혁신 전략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규제 혁파 방안에는 화학물질과 환경영향평가 규제 완화, 첨단산업 지원, 탄소중립 가속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화학물질 규제를 개선해 화학물질 등록비용을 절감한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3000억원 이상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 수준보다 엄격했던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연간 0.1t 이상에서 유럽연합(EU) 수준인 연간 1t으로 상향한다. 반도체와 전자 등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700여 기업이 등록비용 절감 등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사고위험이 낮은 사업장에도 적용하던 화학물질 규제는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차등으로 적용한다. 취급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취급시설기준, 정기검사 등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시험자료 제출 생략 요건도 간소화한다.

환경영향평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규모 등에 따라 평가 절차를 다르게 한다. 환경영향이 크지 않으면 평가 협의를 면제하는 ‘간이평가제도’를 도입한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지자체 조례를 통해 평가를 대체할 수 있다.

긴급한 재난대응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전략영향평가를 받는다. 하천기본계획에 포함한 하천정비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업종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 이들 업종에 대한 불소 배출기준을 합리화해 업계 추산 연간 최대 1250억원의 비용 절감을 유도한다.

첨단산단 전담 지원반 조직

환경부는 조직 내 전담지원반을 운영해 첨단 산업단지 조성을 선제 지원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 공급방안을 미리 준비하고 환경영향평가 신속처리 제도(패스트 트랙)를 운영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제한 규정을 완화해 배출권 시장 참여 범위를 넓힌다.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대상과 범위는 확대한다.

폐배터리 보관기준을 개선하고 핵심자원의 국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폐기물 규제를 완화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환경정책 목표는 확고히 따르면서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환경규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규제혁신전략회의를 계기로 규제혁신 동력을 강화해 민간투자를 비롯해 지역 경제 활력을 높이는 규제혁신 체감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 혁신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산업단지 입지 규제, 외국인고용 규제, 화학물질 규제를 우선 킬러 규제로 선별해 신속하게 개선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킬러 규제 혁파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산업계 전반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 활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환경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규제 혁신안을 두고 환경 오염과 화학물질 누출 등 사고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 들어 환경부의 ‘산업부화’를 우려하며 신중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지역 환경운동연합 소속 한 활동가는 “산업과 환경이 발달하면서 불필요한 규제가 생길 수 있고, 이를 개선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활동”이라면서도 “일련의 환경부 행보를 보면 규제 완화의 신중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뭐든 한 번 뿌리 내리면 고치기 힘든 법”이라며 “환경부의 이런 결정이 후세대는 물론 현재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걸 숙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한 장관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규제의 현장 적응성을 키워 국민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규제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하고 더 나은 환경이란 목적 달성은 어렵다”며 “현장에서 잘 이행할 수 있는 실효적인 규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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