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승부 대신 공동우승… 니나 케네디와 케이티 문의 해피엔딩
"나누고 싶어?" (니나 케네디)
"물론이지." (케이티 문)
세계육상선수권 최초의 공동 금메달이 탄생했다. 두 명의 주인공은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한 니나 케네디(27·호주)와 케이티 문(32·미국)이었다.
케네디와 문은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윌마 무르토(25·핀란드)가 4m85에서 탈락하면서 둘만의 승부가 시작됐다.
높이뛰기와 장대높이뛰기는 기록이 같을 경우 시기수와 경기 전체 무효 시기수, 총시기수를 따진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모든 결과가 똑같았다. 4m85까지는 한 번씩 실패했고, 4m90는 똑같이 3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4m95는 세 번 다 넘지 못했다.
2시간 반이 넘는 승부를 펼친 둘은 녹초가 됐다. 지난해 우승자인 문은 4m85에서 가슴이 바에 닿았지만, 떨어지지 않으면서 간신히 성공했다. 하지만 4m95를 넘은 적이 있다. 케네디는 종전 개인 최고 기록(4m80)을 훌쩍 넘어서며 승승장구했지만, 다리 경련을 느꼈다.
한 번씩 번갈아 뛰어 우승자를 가리거나, 공동우승을 차지하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선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와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은 케네디에게 "공동 1위가 되자"는 제안을 했다. 케네디는 "정말이냐"며 웃은 뒤 끌어안았다. 문은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케네디는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2위와 3위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공동메달이 나온 사례가 여러 번 있다. 기록을 따지는 트랙 경기에서도 2명이 동시에 메달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모든 종목을 통틀어 1위가 두 명 나온 건 1983년 세계선수권이 만들어진 이래 최초다.
문은 "정말 힘든 싸움이었다. 케네디와 나만 남았을 때 쇼가 시작됐다.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고 했다. 케네디는 "세계 챔피언이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이 계속 뛰자고 말할 줄 알았다. 금메달은 꿈같은 일이었고, 기적이 일어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문은 "우리는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다. 함께 금메달을 차지한 건 놀라운 일"이라며 감격했다. 케네디도 "공동 금메달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만족한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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