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건너온 다크호스 이창기 “11언더파는 개인 베스트”

고봉준 2023. 8.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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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가 24일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 1라운드 1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PGA

뉴질랜드에서 건너온 다크호스 이창기(27)가 다시 파란을 예고했다.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한 무대에서 홀로 11타를 줄이면서 우승 경쟁으로 뛰어들었다.

뉴질랜드에서 건너온 다크호스 이창기(27)가 다시 파란을 예고했다.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한 무대에서 홀로 11타를 줄이면서 우승 경쟁으로 뛰어들었다.

이창기는 24일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총상금 5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9개를 엮어 코스 레코드인 11언더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오전조에서 가장 많이 타수를 줄이면서 리더보드 최상단을 차지했다. 오후 2시 기준 공동 2위는 7언더파의 박은신과 강경남이다.

이창기는 국내 골프팬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1996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난 뒤 서울에서 자라다가 2005년 가족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처음 클럽을 잡은 곳도 뉴질랜드다. 취미로 골프를 즐긴 아버지를 따라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몇 년간 호주 투어를 뛰다가 지난해부터 코리안 투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창기는 “현재 국적은 뉴질랜드이긴 하지만, 내가 태어난 곳은 한국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끼리 한국말을 써서 언어적인 문제가 없다. 그래서 호주에서보다 더 편하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또, 코리안 투어가 호주 투어보다 규모가 큰 투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했다.

이날 1번 홀(파4)에서 출발한 이창기는 무서운 속도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았다. 특히 파5 9번 홀부터 파4 12번 홀까지는 4연속 버디도 낚았다. 백미는 16번 홀(파5)에서 나온 이글이었다. 이창기는 “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할까 하다가 오늘 드라이버가 잘 맞아서 전략을 바꿨다. 다행히 티샷이 왼쪽으로 잘 붙었고, 180m가 남은 상황에서 5번 아이언으로 170m만 보내자고 쳤는데 5m 정도로 붙었다. 또, 조금 셌던 이글 퍼트가 컵으로 들어갔다. 정말 운이 좋았던 홀이었다”고 웃었다.

이창기가 24일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 1라운드를 11언더파로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군산=고봉준 기자

이글 이후에도 몰아치기는 계속됐다. 이날 파3 홀에서 버디가 없었지만, 17번 홀에서 처음 숏홀 버디가 나왔다. 또,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추가로 1타를 줄여 11언더파를 완성했다.

이창기는 “오늘은 모든 샷이 잘 됐다고 보면 된다. 티샷을 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가 남았다. 또, 미스를 해도 타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몇 타를 줄였는지도 잘 모르고 18번 홀까지 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11언더파가 대회 코스 레코드인지도 몰랐다. 사실 11언더파는 내 개인 베스트이기도 하다. 대회에선 9언더파가 최다 언더파였다”고 덧붙였다.

시드 대기자 신분인 이창기는 7월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열린 월요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출전권을 따냈다. 이어 1라운드를 공동 2위로 출발하며 깜짝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뒷심 부족으로 공동 22위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월요 예선에서 공동 3위를 기록해 출전권을 받은 이창기는 “시드가 없는 만큼 후반기에는 꼭 성적을 내야 한다. 그 간절함을 안고 이번 대회는 물론 남은 후반기를 만족스럽게 마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경남이 24일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 1라운드 1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PGA

한편 이날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출발한 강경남은 “스코어는 나쁘지 않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하루다. 퍼트 몇 개만 더 들어갔어도 더 좋은 성적으로 1라운드를 끝낼 수 있었다”면서 “그래도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빨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서 대상과 상금왕 경쟁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디오픈을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고 온 강경남은 “코스 자체가 말이 안 됐다. 러프는 해저드보다 풀이 길어서 사실상 벌타를 먹는 것과 같았다. 또,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조금만 실수가 나오면 금세 타수를 잃었다”면서 “그래도 어려운 코스를 경험하고 오니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또, 골프 외적으로도 세계적인 메이저대회를 통해 많은 부분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군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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