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다 머리 다친 친구, 모텔로 옮겼는데 사망…法 '과실치사' 확정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음주 후 몸싸움 중 길에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친구를 모텔에 데려다 놓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과실치사를 인정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2020년 10월 피해자 A씨와 일행 5명은 부산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2차 술자리에서 A씨가 일행 중 한 명과 시비가 붙어 술집 밖으로 나가 몸싸움을 벌였고, 주변에서 이를 말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다 한 차례 세게 밀쳐진 A씨는 길에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그전까지 버둥거리던 것과 달리 움직임이 없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토하는 등 이상증세도 보였다.
일행은 30분 정도 피해자를 흔들어 깨우려고 시도하다 결국 일어나지 않자 인근 모텔로 피해자를 들어 옮겼다. 피해자는 약 2시간 뒤 숨졌는데, 부검 결과 외상성 경막외 출혈, 즉 머리를 부딪혀 생긴 두개골 내 출혈이었다.
검찰은 피해자의 싸움을 말리던 일행을 과실치사로 기소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바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확률이 높았을 것”이라며 현장에 있던 일행의 구호 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피고인들은 “머리를 부딪힌 뒤 큰 신체적 손상을 입은 지 몰랐고, 사망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한참 지켜보다가 일어나지 않아서 모텔에 옮겨둔 것으로 주의의무를 다 했고, 그것 때문에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 4명 중 가장 가까이에서 싸움을 말리며 피해자가 넘어진 장면을 직접 본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다른 3명에게 금고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B씨와 C씨가 피해자 유족에게 각각 5000만원, 6000만원을 공탁했다며 금고 1년 2개월과 금고 3개월로 감형했다. 피고인 4명 중 한 명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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