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초전도체 열풍과 과학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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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LK-99'이라는 물질이 상압·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미완성 논문이 게재되면서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LK-99의 초전도체 진위와는 별개로 전 세계 과학계에서 지금처럼 'South Korea'라는 단어가 회자한 적이 있던가.
한국의 연구진이 초전도체 연구로 노벨상이라도 수상한다면, 이는 우리 과학계에 일대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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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LK-99’이라는 물질이 상압·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미완성 논문이 게재되면서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대학, 연구자들이 해당 논문에 대한 분석과 재현 실험,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에 뛰어들었다. LK-99의 초전도체 진위와는 별개로 전 세계 과학계에서 지금처럼 ‘South Korea’라는 단어가 회자한 적이 있던가. 국내에서도 초전도체를 매개로 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기성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과학 커뮤니티, 주식시장 게시판이 온통 초전도체 이슈로 뒤덮였다.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던 일반 대중도 회의적이든 희망적이든 초전도체 이슈에 열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각양각색의 초전도체 ‘밈(meme)’이 쏟아져 나온 것도 초전도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대중들은 왜 초전도체에 열광하는 것일까? 초전도체가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꿈의 물질’로 불리는 초전도체가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발되고 상용화되었을 때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기후 위기, 저출산·고령화, 연금고갈, 기술 패권, 저성장 등 대한민국이 처한 암울한 미래 상황에 초전도체는 한 줄기 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초전도체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지라도, 지난 몇 주간 우리 국민들은 행복한 꿈을 꾸었다. 생소한 과학기술 용어도 배우고, 물리학과 화학이 어떤 학문인지에 대해서도 대략적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의 연구진이 초전도체 연구로 노벨상이라도 수상한다면, 이는 우리 과학계에 일대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많은 청소년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과학자로서의 꿈과 희망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에 2명당 1명의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은 과학자였다. 이는 1970년대 이후 ‘과학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슬로건 아래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1981년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의 조사에서도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순위는 ‘과학자’였다. 1990년대에도 여전히 과학자가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우리 아이들의 장래 희망 순위에서 과학자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 10개 가운데 과학자나 기술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과학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급격히 줄었으며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실패이든 성공이든 새로운 도전은 늘 아름다운 것이며 과학적 발견은 끊임없는 실패 끝에 하나의 성공을 이룬다. 이번 초전도체 연구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연구진의 도전을 격려하고, 지속해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초전도체 열풍의 불씨를 살려 대중이 지속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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