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5년뒤 온다는데…벌써 장사 안돼" 전국 수산시장 울상
“폭염에 장마에 태풍에,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됐는데….”
경남 통영시 ‘서호전통시장’ 이성민 상인회장이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날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은 “이전부터 정치권이 떠드니 사람들이 불안해서 안 왔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서호시장은 ‘대한민국 수산 1번지’를 내세우는 경남 통영 3대 전통시장(중앙·북신) 중 하나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과 가까워 섬을 찾는 관광객이 회나 조개·멍게·소라 등 각종 수산물을 자주 사간다. 8월은 휴가철 대목이지만, 정작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40% 감소했다고 한다.
시장 상인 500여명은 이 회장을 볼 때마다 “회장 손님 좀 데꼬(데리고)와봐” “장사 좀 잘 되게 해봐”라고 하소연한다. 올해 들어 버티다 못한 상인 10여명은 장사를 접고 상인회를 탈퇴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우리 시장은 원래 장사가 잘돼 가입하려고 줄을 섰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정부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 하고, 우리는 국산 쓴다고 말하려 해도, 설명을 들어줄 손님이 없다”고 했다.
어시장축제 코앞인데…상인들 ‘울상’
수산물 소비 촉진을 기대하며 행사를 준비하던 상인들은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다. 공들인 축제가 외면받을까 걱정해서다. 2000년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지난해 5만명이 찾았을 정도로 효과가 컸다. 심명섭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수천만원을 들여 축하공연 무대도 준비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정부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소비자들 생각은 또 그게 아니니 답답하다”고 했다.
전국 굴 가운데 70~80%를 생산하는 통영·거제·고성 등 경남 굴 양식업계도 오는 10월 본격 수확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지홍태 통영 굴수하식수협 조합장(우리수산물지키기운동본부 위원장)은 “어민 다 죽게 생겼다”며 “실제 수산물에 문제가 생긴 것도 없는데, 앞서 굴 생산 막바지였던 지난 5월에 20~30%나 가격이 내려갔다”고 했다.
부산 자갈치시장 타격…방사능 검사 문의↑
하루 위판량 3200t으로 국내 최대 어시장으로 꼽히는 부산공동어시장 측은 방류 이후 수산물에 대한 신뢰 확보가 급선무라고 본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최근 자갈치시장 등 (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물량을 받는) 주요 시장에선 수산물 방사능 결과 여부와 결과를 묻는 고객 문의가 빗발친다. 상인이 부산공동어시장에 직접 문의해오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며 “매일 이뤄지는 방사능 검사 결과가 전산화돼 웹페이지 등에 공개된다면 공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안전한 유통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온 피해까지…우럭 400만 마리 둥둥
일본 오염수 방류에 경남 남해안은 고수온 피해까지 겹치면서 양식장 어민들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과 거제를 중심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 신고된 폐사량만 400만 마리에 육박했다. 폐사 어종은 조피볼락(우럭)이다. 우럭은 적정 수온이 12~21도인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으로, 28도의 고수온에 취약하다.
경남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통영지역 46개 양식 어가에서 고수온 의심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욕지면 29개 어가 273만마리, 산양읍 17개 어가 106만 마리로 379만 마리에 달한다. 같은 기간 통영과 인접한 거제 연안 양식장에서도 13개 어가에서 17만마리 피해가 신고됐다.
현재까지 통영시·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로 고수온 피해로 확인된 사례만 11개 어가 89만4000마리에 이른다. 피해 금액만 10억8000만원이다. 더 큰 피해 신고가 접수된 욕지면 양식장 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 "오염수 영향 미미함"
정 교수는 또 "후쿠시마 앞바다 10㎞ 이내 서식하는 물고기만 섭취하며 후쿠시마 인근에서 계속 거주할 경우 연간 피폭량은 1μSv에 미치지 못한다"며 "태평양에서 원양 어업으로 잡은 물고기를 ALPS로 여과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우리나라에서 섭취하더라도 생길 수 있는 피폭량은 연간 0.0035nSv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볼 수 있다"며 "방류한 오염수는 4~5년뒤 우리 해역에 도달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수산물 방사능검사 생중계"
전국 지자체는 수산물 안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연안 모니터링과 유통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주요 기업 구내식당과 온라인 마켓 납품을 통한 수산물 소비 촉진책에 팔을 걷었다. 이와 함께 경남도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사능 검사 과정을 다음 주부터 올해 연말까지 월 2회 생중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수산물 방사능 농도를 매일 검사해 결과를 실시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안전 확보 4대 방안’을 마련했다. 유통 이력제와 원산지 표시 품목 대상을 확대(전남도)하고, 원산지 특별 점검대상을 늘리는 방안(울산시)도 시행된다.
정부 역할론도 제기된다. 제주도와 경북 동해안 5개 시군(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과 경남도 등 지자체는 관련 특별법 마련, 피해 지원 기금 편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통영·거제·부산=안대훈·김민주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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