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맞거나 추락하거나 홍차 먹고 죽거나…푸틴 정적 최후

박소영, 조수진 2023. 8.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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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단순 항공사고가 아니라 반란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의 '처벌'일 수 있다는 추정이 이어지고 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12월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공동묘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바그너 용병 장례식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24일 러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비행기가 추락한 장소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사고가 아니라 반란에 대한 처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는 전날 저녁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는데, 이곳은 푸틴 대통령의 발다이 관저에서 약 50㎞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인근에 지대공 미사일 S-300을 운영하는 러시아군 4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즉 러시아군이 미사일로 비행기를 격추한 것이란 추정이다.

김주원 기자


앞서 지난 6월 말 프리고진은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서방 측 전문가나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프리고진을 숙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과거 수차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사람에겐 끝까지 보복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지난 2019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 2020년 연례 기자회견 등에서 "지도자는 용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없다"며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큰 범죄인 배신은 용서할 수 없는 것으로, 배신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지난 23일 저녁 러시아 트베리 지역에서 추락해 화재가 났다.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은 대부분 암살됐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홍차 독살'이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지난 2006년 영국에서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문제의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리트비넨코는 KGB 후신 연방보안국(FSB)이 독성물질 연구소를 비밀리에 운영 중이라고 폭로하며 반(反)푸틴 활동을 벌이다 영국으로 망명해 있는 상황이었다.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에 앞장선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지난 2006년 자택으로 가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3년에는 푸틴 대통령에게 숙청당해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도 런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5년에는 푸틴 대통령과 갈라선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신재민 기자

지난해 9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이에 프리고진도 반란 이후 바그너 용병과 함께 벨라루스에 간 후, 창문이 하나도 없는 호텔방에 묵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외 화학 신경작용제 노비촉 암살 시도 의혹도 많았다. 지난 2018년 영국의 솔즈베리 쇼핑몰에서 러시아와 영국의 이중간첩이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도 지난 2020년 노비촉 계열의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났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프리고진은 다른 푸틴 정적들처럼 창문 밖으로 밀려나거나 거리·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분명히 비행기에 탔을 때 끔찍한 방식으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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