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 보여줘”…‘직업 콘텐츠’로 전파하는 선한 영향력 [MZ세대의 직업들③]
“꼭 그 직업 가지지 않더라도 동기부여 얻는다”
“내가 생각하는 직업은 자신이 ‘커리어’라고 느껴야 한다는 거다. 예초를 하고 손님들이 리뷰를 좋게 남겨주는 게 내겐 그렇다. 오히려 아이돌이 막노동처럼 느껴졌다.”
그룹 틴탑을 탈퇴하고 예초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캡이 “지금이 더 보람이 있다”며 밝힌 소신이다. 그는 “현재 버는 것보다 아이돌을 할 때 한 달에 몇백을 더 벌었을 텐데 그게 중요하지 않더라. (지금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라이브 방송 도중 팬에게 욕설을 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며 결국 탈퇴한 캡이지만, 이 논란과는 별개로, 캡이 밝힌 소신에는 공감과 응원이 이어졌다. 특히 캡이 예초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에 대해 인터뷰로, 또 SNS 등으로 거듭 강조를 하는 것에 대해 “직업에 대한 인식이 마음에 든다”, “특정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지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틴탑 캡은 물론, 최근 도배부터 목공, 페인트 시공 등 ‘노가다’로 불리는 손노동에 빠진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변한 것은 물론, 개성이나 취향, 성취감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들의 특성과도 맞물려 직업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 캡처럼, 이들이 에세이로, 또 유튜브로 관련 콘텐츠들을 제작해 경험을 나누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처음부터 타인에게 미칠 영향력까지 생각하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재한 것은 아니다. ‘재미’ 또는 ‘자기 PR’을 위해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지만, 의외의 영향력에 놀랄 때도 있었다.
필름 시공일을 하며 이 경험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 중인 20대 청년 ‘필름하는 정남이’는 콘텐츠 제작 계기에 대해 “일당직으로 다니는 서러움이 있었다. 남 밑에서 고용이 돼 일하는 입장에서 남모를 부당함과 서러움과 분노들이 있었는데, 최소한 내가 사장이 되면 이런 대우는 받지 않겠지 하고, 내 일을 따기 위해서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채널에서 필름 현장 일기 등을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또 공감을 얻고 있다.
응원의 댓글은 물론, “영상을 보고 용기를 내서 필름 학원에 다니고 있다”, “진취적인 성격을 배우고 있다” 등 그의 콘텐츠에 영향을 받아 용기를 얻는 시청자들도 생겨나면서, 새로운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필름하는 정남이’는 “내향적인 성격 탓에 다수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가 되는 것은 생각도 못 했었는데 현재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몇만, 몇십만 명의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 생겨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흥행을 위해 현장일 시작했네’, ‘주작이네’하고 의심하는 분들이 소수 있긴 하지만, 저 또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분들은 영상에 나오는 저의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 믿고,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바쁜 와중에 따뜻한 조언들이나 충고의 댓글들 달아주시는 거 보면서 ‘참 따뜻한 사회다’라고 생각했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11년 동안 군인으로 있다가 내장 목수가 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남성 임주영 씨 또한 유튜브 채널 ‘모두쭈목’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그는 “유튜브를 해보고 싶어서 시작을 하게 됐다. 또 청년 목수 유튜버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 보니 경쟁력도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도움을 건네기도 한다. 임주영 씨는 “처음에는 댓글도 그렇고,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DM(다이렉트 메시지) 같은 것도 정말 많이 온다. 최대한 제 경험을 말해 입문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현실적인 방법 같은 것을 물을 때 아는 한에선 최대한 답변을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최근 MZ세대가 손노동을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에 도전하는 배경 중 하나로 “MZ세대는 SNS나 영상을 통해 자신의 일상이나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뭔가를 이뤄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또 댓글을 통해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을 받기도 하며 동기부여를 얻기도 한다. 이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삶을 사는 또래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의 ‘레퍼런스’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정해진 길이 아닌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도 보고, 또 이런 삶이 나에게 맞을지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꼭 그 직업을 가지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꿈을 위해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는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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