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압수는 교권 아니야... 교육부 고시 철회하라"

차원 2023. 8. 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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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휴대전화 사용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인 학생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차원 기자]

 
 "학생 인권은 침해하고, 교사 노동권은 무관심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철회하라"
ⓒ 차원
 
2021년 지평선고등학교 휴대전화 사용 제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했던 학생들과 18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아래 고시)'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에 의한 학생 휴대전화 압수는 인권침해"라며 "우리의 진정으로 2021년 인권위에서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인권침해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교육부의 이번 고시도 인권침해로 인정되도록 인권위에 진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오는 9월 1일부터 교원이 '수업방해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고 휴대전화 등 물품을 압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고시를 내놨다(관련 기사 : 교육부 '학생·휴대전화 분리' 고시 발표... "인권조례 개정 권고" https://omn.kr/258sq).

이서하 지평선고등학교 졸업생은 "이미 2021년 인권위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스마트폰 압수는 인권침해임이 인정됐다"면서 "당시 진정을 넣었던 학생들이 다시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인권침해임을 인정받고자, 교육부를 규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또 "이 세상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압수할 수 없다"면서 "학생들이 전자기기를 마음껏 남용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다만 기본적인 권리를 뺏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교육부의 대응은 교사와 학생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라며 "왜 교사들과 학생들이 죽어가는지,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요구했다.

김태현, 이은지 지평선고등학교 졸업생도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는 고시가 시행된다면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제한을 조장하는 인권침해 고시가 될 것"이라면서 "그때처럼 다시 진정을 넣겠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교육부가 조장하는 갈등의 고리를 끊겠다"면서 "교육부도 교육의 의미를 깨닫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에서 활동하는 김나혜 초등교사는 "고시는 교육을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내용"이라고 일축하며 "교육의 3주체라 일컫는 학생, 양육자, 교직원들을 서로 물어뜯게 만들고 교육 당국의 책임은 철저히 지워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이제 교육 주체 모두가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각자도생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휴대전화 압수 가능, 학생 분리 등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인권침해를 통해 교사가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교육부는 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갈라치기가 아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제지, 물리적 공격 불러 오히려 교사들 더 위험에 빠트릴 것"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개악 중단하라"
ⓒ 차원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에서 활동하는 조영선 중등교사는 "물리적 제지는 물리적 공격을 부르기 마련"이라면서 "어떻게 학생에 대한 물리적 제지를 통해 교사가 안정된 교육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 그 과정에서 교사는 더 많은 폭언과 폭행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사들은 이런 조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교육 당국이 우리를 위하는 일인 양, 오히려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인 수영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고시안이 해석에 따라 인권침해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교육부는 정말 모르고 있느냐"고 물으며 "진영 논리에 입각해 교육공동체를 갈라치는 모습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제발 독주를 멈추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달라"면서 "고시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감귤 김포장애인야학 특수교사는 "장애인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랜 기간 교육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다"면서 "이번 고시에서도 역시 그런 역사가 이어졌다.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보호장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부가, 이 사회가 여전히 장애인을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생활지도를 해서는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런 인권침해 발생 여지가 있는 조항이 생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태현 지평선고 졸업생, 최보근 지음 활동가 등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가인권위원회로 이동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 전국 시도교육감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보근 활동가는 "교육부의 고시 내용이 유엔아동권리협약, 학생인권조례 등에 반한다"며 "교사들의 인권이 어려워진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에서 찾으며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평화로운 학교' '사생활 자유'등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버려지는 퍼포먼스 중인 기자회견 참가자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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