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키스' 스페인 女축구선수 "축협회장 처벌해야"

사과했으나 "부적절" 지적 이어져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우승 후 시상식에서 자국 축구협회장에게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당한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 측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2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에르모소는 "내가 가입한 노조인 풋프로(Futpro)와 에이전트가 이 문제에 대한 내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풋프로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행위를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제재를 받고,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행동으로부터 여성 축구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모범적인 조처가 채택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스페인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축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단상에 오른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네던 루이스 루비알레스(45)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을 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방송 중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루비알레스의 행동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인 만큼 광범위하게 보면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축구계에 여전히 성차별이 남아있다는 걸 지구촌 전체에 생중계했다"라는 등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영상을 통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당시 감정이 벅차올랐고,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관저에서 진행된 여자월드컵 우승 축하 행사에서 "우리가 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제스처였다"면서 "축구협회장의 사과는 충분치 않으며, 적절치 않다고도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했지만, 회장의 행동은 평등을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디아스 부총리는 "스페인 대표팀은 축구뿐 아니라 평등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보여줬다"며 "변명은 쓸모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스포츠위원회(CSD)에 루비알레스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전달했다는 스페인 여자축구 리그 리가 F는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고, 스페인 여자대표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며 "그는 자격을 박탈당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역시 FIFA 윤리 강령에 따른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