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반도체 수출 통제, 장기 성장에 영향"(종합)
매출·순익 모두 예상 상회
황 CEO "기록적인 성과 달성"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가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01% 증가한 135억1000만달러(약 18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112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도 2.7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29% 급증했고, 시장 예상치(2.09달러) 역시 상회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열풍에 급증하고 있는 최신 AI 칩 판매가 견인했다. AI 칩(H100·A100)의 수요 폭증에 주력인 데이터센터 산업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10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게임 사업 부문 매출도 작년 같은 분기 대비 22% 늘어난 24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보도자료에서 "어려운 매크로 환경에서도 데이터센터와 게이밍 분야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급증하는 수요를 반영해 3분기 매출 목표치로 16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126억1000만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엔비디아는 하반기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공급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내년 최신 칩 H100의 생산량을 150만~200만대로 올해(50만대) 대비 4배 가까이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25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호실적과 자사주 매입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환호했다. 미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9.6%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510달러) 기록을 세웠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 마감 후 나올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정규장에서도 3.17% 상승 마감했다. 이날 종가(471.16달러)는 연초 대비 222%가량 급등한 것으로, 올해 S&P 500 지수 내에서 최고 실적이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가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대중국 매출 비중이 20~25%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추가 규제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경쟁하고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영구히 잃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AI,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이 통제 조치로 인해 분기 매출에서 최대 4억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엔비디아는 기존 칩 A100보다는 성능이 다소 낮지만 수출 규제에는 걸리지 않는 A800 칩을 대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해 생산해 왔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칩의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규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빅테크들은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물량을 선점하겠다며 반도체 사재기에 나선 상황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이 50억달러 규모의 A800 칩 10만개에 대한 주문을 넣었고, 내년에도 40억달러어치의 A800 칩을 구매하는 계약을 엔비디아와 이미 체결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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