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악귀’ 통해 전하고 싶었던 ‘가치’ [D:인터뷰]

장수정 2023. 8. 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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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한 생각, 행동들이 모여서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해상의 선한 정서를 쫓아가려고 했다.”

배우 오정세에게 ‘악귀’는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김은희 작가와의 작업도, 웃음기를 걷어내고 새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악귀’가 담은 선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오정세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 ‘악귀’에서 어렸을 때부터 귀(鬼)와 신(神)을 볼 수 있었던 인물 염해상을 연기했다.

ⓒ프레인글로벌

산영(김태리 분)에게 악귀가 씐 사실을 알게 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민속학 교수로, 그와 함께 악귀를 쫓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들에 얽히게 된다. 처음에는 산영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해상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쳤기에 해상을 더욱 깊에 이해할 수 있었다.

“끝나고 나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품을 한 것 같아서 좋다. 해상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나도 해상과 정서가 비슷했던 것 같다. 해상이도 악귀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는 있었지만 방법을 모르는 느낌이었다. 악귀는 잡아야 한다는 목적만 가지고, 안갯속에 있었다. 나도 그랬다. 한 인물을 잘 표현하고 싶었으나 안개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촬영을 해나가면서 해상이라는 인물을 점점 만났던 것 같다. 배운 부분도, 성장한 부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가치가 있었다.”

특히 해상의 선한 마음이 ‘악귀’의 메시지와도 닿아있어 더욱 만족했다.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의 선한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정세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귀신을 볼 줄 아는 민속학 교수로만 생각했다. 매력이 없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악귀를 잡으러 가면서 왜 다른 사건으로 자꾸 빠질까, 물음표도 있었다. 그런데 해상은 그 곁가지를 스쳐 지나가지 않는 인물이더라. 나도 작은 선한 생각, 행동들이 모여서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큰 사건이던, 작은 사건이던 위험해도 누군가를 돌아보는 발걸음이 있다.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을 위해 멀리서 마음을 쓰는 사람도 있고. 눈이 많이 오는 날 누군가가 치워둔 골목길도 그런 것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해상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기리는 마음이 있지 않나. 그 정서를 쫓아가면 되겠다고 여겼다.”

물론 귀(鬼)와 신(神)을 보는 인물, 해상의 특징도 놓치지 않았다. 신내림을 받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디테일을 완성해 나갔다. 그러면서도 해상의 인간적인 면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면서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프레인글로벌

“신내림을 받은 분을 만나면서 느꼈던 걸 토대로 다듬기도 했다. 무언가를 보고 이야기를 할 때 정서를 배우고자 했다. 그분들은 진짜 보이는 것이니, 진짜 보이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더라.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서 ‘저 사람 안에는 보이는 거구나’를 명확하게 느끼게 했다.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분들도 결국엔 사람이다. 그런 부분들도 가지고 올 수 있었다. 히어로가 아니라, 사람을 표현하고픈 정서가 생겼다.”

이렇듯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며 오정세 또한 성장했음을 느꼈다. 여기에 웃음기를 걷어내고, 다소 딱딱한 얼굴을 드러내며 다시금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정세는 “그냥 해상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제 이미지와의 싸움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더 해야지’ 이런 마음은 없었다. 어떤 마음으로 해상을 만나야 할까, 해상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정서는 무엇일까. 그런 걸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들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연기를 했다. 그래도 해상과 잘 만난 지점이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악귀’는 물론, 영화, 드라마로 쉴 틈 없이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서도 “만만해서 그런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곧 입대하는 배우의 스케줄 같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바쁘게 활동 중이지만, 그럼에도 ‘진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매 작품 그렇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선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의미 있었다. 과거에 함께했던 분들이 손을 내밀어 주셨을 때는 ‘이 작품엔 뭐가 있다’라는 게 보이진 않더라도, 그전에 했던 작업이 가치 있었다면 선택을 하려고 한다. 아직은 못 보지만, 내가 못 본 가치를 배울 것이라는 기대가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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