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행' 고의정, 박정아 빈 자리 메울까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와 인삼공사가 V리그 개막을 두 달 앞두고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구단과 KGC인삼공사 구단은 23일 공식 SNS를 통해 도로공사의 김세인과 안예림이 인삼공사로 이적하고 인삼공사의 고의정과 박은지가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는 2: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 도로공사와 3년 재계약을 하면서 여자부 최초로 한 팀에서 10년 동안 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된 김종민 감독은 재계약을 체결한 지 3일 만에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 인삼공사에서만 5시즌을 보낸 고의정은 2023-2024 시즌부터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예정이다. |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하는 트레이드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지만 V리그 여자부에서도 트레이드를 좋아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정들고 익숙했던 팀을 떠나 새로운 팀과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기존의 팀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돼 있던 선수가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팀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으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최근 V리그에서 가장 큰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트레이드는 지난 2020년 5월에 있었던 도로공사와 GS칼텍스 KIXX의 2:2 트레이드였다. 도로공사 시절 박정아와 문정원에 가려 좀처럼 주전으로 나설 기회가 적었던 '에이유' 유서연은 GS칼텍스 이적 후 2020-2021 시즌 GS칼텍스의 트레블 멤버로 활약했다. 그리고 주장 이소영(인삼공사)이 팀을 떠난 2021-2022 시즌에는 데뷔 6시즌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다.
유서연은 2021-2022 시즌 31경기에 출전해 38.92%의 공격성공률과 36.13%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294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팀을 떠난 이소영의 대체자 역할을 충실히 해낸 유서연은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었고 GS칼텍스와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2억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유서연은 지난 7월 주장 강소휘를 보좌하는 GS칼텍스의 부주장으로 선임됐다.
이효희(도로공사 코치)의 은퇴와 함께 세터난에 시달렸던 도로공사가 영입했던 이고은 세터(페퍼저축은행) 역시 트레이드가 좋은 기회가 됐다. 2020-2021 시즌 도로공사의 주전세터로 활약한 이고은은 2021-2022 시즌 실업배구 출신의 이윤정 세터가 가세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에서 FA자격을 얻은 이고은에게 3년 총액 9억 9000만 원의 거액을 안기면서 이고은은 단숨에 고액연봉선수로 등극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시절 수비형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던 신연경(IBK기업은행 알토스)은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리베로로 변신했지만 김해란 리베로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FA 이다영(볼레로 르 꺄네)의 보상선수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잠시 이적했던 신연경은 이틀 후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고 현재는 세 시즌 연속 기업은행의 붙박이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 고의정이 도로공사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 도로공사는 문정원과 고의정으로 이어지는 강서브 라인을 보유하게 된다. |
ⓒ 한국배구연맹 |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V리그 역대 최초로 챔프전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승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시즌이 끝난 후 5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은 도로공사는 '클러치박'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으로, 맏언니 정대영이 GS칼텍스로 팀을 옮기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특히 토종거포 박정아의 빈자리는 쉽게 메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23일 트레이드를 통해 181cm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을 영입했다. 이주아(흥국생명), 문지윤(GS칼텍스)과 함께 원곡고를 이끌었던 고의정은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역대급 신인 선수들에 밀려 2라운드 5순위로 지명순위가 떨어졌다. 하지만 강한 서브와 대담한 공격만큼은 비슷한 나이대의 아웃사이드히터가 많은 인삼공사 내에서도 단연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신장이 좋은 아웃사이드히터 대부분이 그렇듯 고의정 역시 좋은 서브와 공격력에 비해 서브리시브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2022-2023 시즌에도 고의정의 리시브 효율은 24.62%에 불과했다. 이는 고의정이 인삼공사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라는 리그 최고의 리시브 콤비를 보유하고 있어 여자부 7개 구단 가운데 '2인 리시브 체제'가 가능한 유일한 구단이다.
만약 김종민 감독이 박정아가 있을 때처럼 고의정의 리시브를 면제해 주고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면 고의정의 성적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고의정은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해 기존의 전새얀과 이예림, 그리고 새로 가세한 태국 출신의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이 2023-2024 시즌 박정아의 대체 선수로 고의정을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일이다.
한편 박혜민, 이선우 등 비슷한 스타일과 나이의 아웃사이드히터가 많은 인삼공사는 고의정을 보내고 지난 컵대회 3경기에서 45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던 김세인을 영입했다. 2021-202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페처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았던 김세인은 작년 FA 이고은의 보상선수로 도로공사로 이적했고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입단 2년 만에 3개 팀의 유니폼을 수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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