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리아, "전 10년 뒤에도 노래하고 있을 거예요"
Q : 오늘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차분한 사람 같아요. 말이 없고, 필요한 게 있으면 조용조용 말하고.
A : 혼자 일할 때는 조용한데 어떨 땐 180도 달라져요. 멤버들은 제 MBTI가 E인 걸 너무 잘 아는데, 일할 때 뵌 분들은 I인 것 같다고 해요. 낯을 가리거든요.
Q : 미니 앨범 〈KILL MY DOUBT〉으로 8개월 만의 컴백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A : 떨리네요. 그간 월드 투어와 일본 활동도 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들도 했죠. 국내 컴백이 유독 오랜만인 기분이에요. 팬분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걸 너무 잘 알아서 그 마음을 보상해드리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드릴게요.
Q : 이번 앨범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깨부수고 단단해지자는 콘셉트예요. 리아는 어떻게 불안과 의심을 극복하나요?
A : 저는 불안과 의심을 완전히 떨쳐낼 순 없다고 생각해요. 내 안의 불안을 먼저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별게 아님을 깨달으면서 그것을 나의 일부로 품어내는 사람이 되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약점 역시 마찬가지죠. 없앨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떳떳하게 말하는 편이 좋아요. 생각해보면 “힘들어”, “스트레스받아”라고 말할 때, ‘뭐가 힘든데?’라고 자문하면 저는 그 답을 모를 때가 많아요. 뭐 때문에 힘들고, 어디서 시작된 거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차근차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점검하면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죠.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지했다면 개선하려 노력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라면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제가 찾은 답이에요.
Q : 애어른이네요.
A : 하하. 〈kill my doubt〉에 좀 더 애착이 가는 건, 이번 앨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더 공감이 가서인 것 같아요. 난 달라, 난 예뻐, 난 멋져, 이런 콘셉트는 사실 몰입하기가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래했던 거죠. 그런데 이번엔 자신감뿐 아니라 아픔과 힘듦에 대해서도 노래해요. 그런 점이 좋았어요.
Q : 복싱 콘셉트 포토가 공개돼 화제인데, 실제로 복싱을 배웠어요?
A : 평소 복싱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내면에 감정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사랑과 기쁨, 분노와 슬픔도 파도 치는 사람이에요. 그런 걸 표출해야 속이 시원해지죠. 혼자 울거나 소리를 치거나 크게 웃거나. 그런데 복싱은 제 안의 감정을 후련하게 해소하고 털어버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샌드백과 글러브를 주문했습니다.(웃음)
Q : 요즘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자주 듣는 곡은?
A : 쏠 님의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건’이란 노래예요. 가사가 예뻐요. 요즘 천천히 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Q : 리아에게 음악이란 뭐예요?
A : 공감과 위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설레거나 두려울 때나, 음악이 함께하면 그 감정이 극대화되는 마법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음악이 좋았죠.
Q : 있지는 서로 워낙 끈끈해서, 손만 잡아도 어떤 멤버인지 맞힐 수 있을 정도라면서요?
A : 헤헤. 제가 원래 손을 자주 잡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면 같이 고생하는 게 가장 돈독해지는 길이더라고요. 연습생 때부터 “내가 과연 데뷔할 수 있을까?”, “나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다른 거 해야 하나?”, “우리 꼭 같이 데뷔했으면 좋겠다”는 고민과 마음을 나누었던 사이라 유대감이 쌓였죠. 우린 서로를 제일 잘 알 수밖에 없어요. 최근엔 우리의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자주 나눠요. 이런 점은 힘들다, 이런 점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점은 좋다,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들어주면서 “우리는 정말 우리끼리 팀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로 끝맺곤 하죠. 우리는 서로에게 애정이 많아요. 팀의 앞날에 대해서도 종종 얘기해요.
Q : 걸 그룹 전성시대잖아요. 동료와 후배들의 활동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어요?
A : 요즘은 콘텐츠가 정말 많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식을 좀 늦게 접하는 편이라 멤버들이 알려주거든요.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너무 멋있다! 또 하나는 ‘지금이 딱 힘들 시기인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겠다’, ‘저 나이대에 다이어트하면 안 되는데!’ 같은 걱정을 하는 것? 친분이 없음에도 ‘어떡해’ 하는 심경으로 지켜보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웃음)
Q : 그 많은 콘텐츠 중에 있지만의 유일한 색깔이 있나요?
A : 저는 음악적 색깔을 정해두고 싶진 않아요. 요즘은 더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대중이 더 좋아해주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거, 그런 마음일 거예요.
Q : 리아는 언제 가장 프로페셔널한가요?
A : 저는 스태프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먼저 잘 건네는 친구들이 정말 프로답다고 생각하는데요, 저희 멤버 중 예지가 그걸 그렇게 잘해요. “밥은 드셨냐”고 챙기는 것부터요. 능청스럽게 해야 분위기도 풀리는 건데, 제가 잘 못 하는 부분이죠. 음, 저는 아직 저 자신을 프로답다고 느끼지 않지만, 다행인 것은 무대 위에 올라가면 완전하게 몰입을 한다는 거예요. 되게 부끄러움이 많아 멋있는 척, 예쁜 척을 정말 못 하거든요. 연습실에서 연습할 때도 못 해요. 그런데 무대 위에 올라가면 제대로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은 조금 프로답나?(웃음) 그렇네요.
Q : 리아의 스물셋, 어떤 나이인가요?
A :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웃음) 예전엔 생각만 성숙했어요. ‘나는 이런 줏대를 가지고 살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힘든 일이 생기면 많이 흔들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무뎌지며 적응이 됐죠. 그래서 저는 나이를 더 빨리 먹고 싶어요. 빨리 안정되고 삶의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때가 그립겠죠?(웃음) 여러 경험을 하고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Q : 요즘 가장 꽂혀 있는 건요?
A : 저희 팀, 요즘 연습하면서 호프집처럼 술안주를 배달시켜 먹어요. 술 말고 안주만요. 먹태, 닭껍질튀김 같은 걸 먹으면서 안무 연습을 합니다.(웃음) 그리고 최근 영화관에 가서 소시지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 후로 영화관에서 소시지를 배달시켜 먹곤 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언제든 상관없이 제일 좋아하는 건 소고기뭇국이에요. 엄마가 해주는 거요.
Q : 어떤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A : 자기만의 생각과 기준이 확고하고 뚜렷한 사람.
Q : 리아는 멋진가요?
A : 생각은 확고한데, 아직 멋질 정도는 아니에요.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돼야 진짜 멋있는데, 저는 아직 생각만 있는 상태니까요.
Q : 방송국 화장실에 앉아 명상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A : 저는 혼자 햇빛을 쬐고 있거나 누워서 노래를 듣는다거나 하는 모멘트가 필요해요. 충전을 해야 쓸 힘이 생기죠.
Q :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예요?
A : 제 방이요.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안정감이 드는 곳.
Q : 어떤 꿈을 꾸고 있어요?
A : 제가 원하는 목표는 행복이에요. 꼭 이걸 이룰 거라는 목표를 설정해두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행복한 경지에 이르고 싶죠.(웃음) 무언가를 할 때마다 ‘정말 지금 나는 행복한가?’를 자주 되물어요. 그런데 저는 순간적으로 너무 행복하거나 너무 좋다는 느낌이 들면 ‘근데 이것도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이 불쑥 들거든요. 그런 생각 없이 온전히 오래 행복한 상태를 누려보고 싶어요. 편안한 사람들 속에서 온전히 나로서, 환하게 웃고 있을 때의 기분처럼.
Q :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A : 노래를 부르고 있을 거예요. 저만의 노래일지, 정말 많은 분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노래를 부를 거예요.
Q : 리아는 무엇을 믿나요?
A : 제가 늘 믿고 의지하는 건 시간이에요. 시간은 우리 모두가 정해놓은 규칙이잖아요. 하루는 24시간이고, 내일은 오고, 시간이란 건 계속 지나가죠. 돌이킬 수도 없고요. 어릴 때부터 그 생각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밤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내일 월평 어떡하지?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하다가도, ‘눈 깜짝하면 어느새 월평 끝나고 여기 다시 누워 있을 거야’라고 마음을 다스렸죠. 어쨌든 하루는 흘러가니까요. 저는 시간을 믿고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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