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암은 삶을 고치는 병… 희망의 편지를 읽어 보세요”
암은 ‘심인성 질환’입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관리해야 예후가 좋아집니다. 아미랑에 <당신께 보내는 편지>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대암클리닉 이병욱 원장은 암 치료를 위해 처음으로 웃음치료·울음치료를 국내에 도입하는 등 보완통합의학의 대가로 불리는 분입니다. 15년간 대학병원에서 암을 수술하는 외과 의사로 재직하다가, ‘암은 마음까지 함께 고쳐야 낫는 병’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은 22년째 보완통합의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병욱 박사가 아미랑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 출간됐습니다. ‘암을 이겨내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비타북스 刊)’입니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병욱 원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책 속에 얼마나 깊이 있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겼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네. 암을 이겨내는 힘은 정말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보완통합의학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 치료입니다. 수술, 방사선, 항암 등 의학적 치료와 함께 보완통합의학을 병행해야 본래의 삶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보완통합의학을 더 이상 의학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시행하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은 육체로만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인 건강까지 필수적으로 돌봐야 합니다. 암 1기부터 4기, 그리고 말기까지 전부 보완통합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겁니다. 이를 통해 삶을 바꿔나가면 누구든지 암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마음의 힘으로 삶을 바꾼 사례를 들려주세요.
“여러 환자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데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세 분 정도만 꼽아보겠습니다. 마음의 변화가 예후를 좋게 하고 삶을 바꿔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살고 계신 분들입니다. 한 분은 50대 후반 여성으로, 폐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있어 정신적 고통을 겪던 분이었는데, 함께 입원해서 치료를 받던 같은 병실 환자분들까지 다 돌아가셔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그 분이 겪던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많은 얘기를 나눴고, 함께 노래 부르고 예술 활동을 하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치료를 받아 잘 회복됐습니다. 이제는 80세가 넘으셨는데 아직도 건강하게 잘 지내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다른 분은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유방암 환자였습니다. ‘남편 꼴도 보기 싫다’고 수 없이 얘기하셨는데, 이 분께는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었습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라도 미움을 내려놓고 용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180도 달라졌습니다. 가정의 문제가 해결되니 관계가 회복됐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마음이 성숙해졌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남편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하십니다.
2007년에 내원한 난소암 환자분도 떠오릅니다. 이분은 앞서 말씀드린 환자분과 정반대로 남편의 지극정성 보살핌을 받는 분이었습니다. 매 진료마다 두 분이 함께 오셨는데 서로 사랑하고 존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빠른 회복을 도왔습니다. 제가 국내 최초로 암 가족 치료를 도입한 의사인데요. 가족이 함께 내원하면 처음에는 모든 치료를 어색해합니다. 그럴 때 저는 서로 고마움을 자주 표현하고, 안아주고, 많이 웃으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못해서라도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돈독해져서 암이 낫는 첫 단추를 꿰어나갈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암과 동행한다는 마음을 갖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밥을 먹고 잠자고 운동하며 일상을 살아가세요. 암 치료를 받으며 잃어버렸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점검해보고 본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 요소를 바로잡기도 합니다. 너무 바쁘게 달려온 사람은 여유를 갖고 못했던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겨 보세요. 경쟁하는 삶을 산 사람은 다른 사람을 품어주고 상생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이렇듯 삶의 균형을 이뤄내면 금세 건강을 되찾곤 합니다.”
-암 환자가 마음 관리를 위해 꼭 실천해야 할 것은?
“평소 제대로 호흡하는 것부터 실천하세요. 산소를 충분히 들이마시면 마음과 신체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특별한 호흡법을 따르라는 말이 아닙니다. 좋은 것을 몸속으로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면 됩니다. 한 번씩 나무가 많은 산이나 공기 좋은 곳에서 호흡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건이 안 된다면 집에 화초를 키워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세요.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암 환자가 캔서 블루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암 때문에 내가 빨리 죽으면 어쩌지’ ‘이 고통이 멈추지 않으면 어쩌지’ 등의 걱정으로 우울해합니다. 이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노래 부르기, 운동하기, 수집하기, 여행, 반려동물과의 산책 등 본인이 행복감을 느끼는 활동을 골라 실천하세요. 취미활동을 찾기 어렵다면 감사일기 쓰기를 권합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감사하고, 가족들 얼굴을 봐서 감사하고, 날씨가 좋아서 감사하는 등 사소하게 감사할 것들을 적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겁니다.
본인의 감정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쁠 때는 웃고, 슬플 때는 울면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세요. 웃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호흡량이 증가해 면역력이 높아집니다. 눈물을 흘리면 엔도르핀, 엔케팔린, 세로토닌 등 뇌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돼 면역세포인 NK세포, T세포 등이 활성화됩니다.”
-그 중에서도 암 환자와 가족들이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요?
“가족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암 투병은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와 가족이 혼연일체가 돼 2인3각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고마워하며 그들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세요.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생명을 갖게 됩니다. 암을 계기로 가족 관계를 회복하면 더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암을 이기고 다른 환자들의 희망이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도 그 희망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얘기를 나누며 둘러보니, 병원 곳곳에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모두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어언 7년째입니다. 행복한 주제를 정하고, 따뜻한 색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치유됩니다. 병원에 오는 암 환자분들에게도 그림 그리기를 비롯한 예술 활동을 권합니다. 그림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걱정, 불안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행복한 주제의 그림을 그리다보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별한 것 없이 본인의 일상을 담아보세요.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그려낸 일상 속에서 몰랐던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책에 23점의 제 그림을 담았습니다. 저는 주로 꽃, 나무, 풍경 등을 많이 그리는데요.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자연의 따뜻한 색감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제 그림은 ‘우리가 사는 행복한 세상’ ‘행복한 항구’ ‘강가에서 보낸 행복한 오후’ 등 작품 제목에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느라 바깥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그림으로나마 풍경을 감상하면서 암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아미랑 칼럼을 연재중인데,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 분들이 호응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환자분들이 제 칼럼의 내용을 잊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읽으시면서 행복한 삶을 사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칼럼 내용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하게 돼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읽으면서 교정해야 할 부분은 교정하고, 새롭게 실천해야 할 부분은 실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주에 한 챕터씩 편하게 읽으면 총 52주, 그러니까 1년 동안 보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책이 암 환자분들이 투병하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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