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가성비와 프리미엄 '선물의 경제학'

이광호 2023. 8. 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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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 무렵 하게 되는 고민이 바로 명절 선물이다.

1960년대는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설탕, 조미료 등이 명절 선물로 인기였고, 특히 설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1970년대는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배고픔에서 면하게 되자 먹거리를 탈피한 명절 선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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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식량 1970년대 공산품
2000년대 건기식 올해는 실속세트
명절 선물, 시대의 풍조와 문화 반영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어느덧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 무렵 하게 되는 고민이 바로 명절 선물이다. 명절 선물은 경제적 수준과 소비 의식 등 사회변화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1950년대는 먹고사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시대였다. ‘보릿고개’라는 표현처럼 대다수의 국민이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에 따라 밀가루, 쌀, 달걀, 참기름 등 허기를 채울 식량을 주고받았다.

1960년대는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설탕, 조미료 등이 명절 선물로 인기였고, 특히 설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1970년대는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배고픔에서 면하게 되자 먹거리를 탈피한 명절 선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화장품·스타킹 세트, 내복, 와이셔츠 등 공산품이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들은 과자 선물 세트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커피와 콜라같이 당시에는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상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다방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커피를 집에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큰 변화였으며, 이는 지금의 풍요로운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였다.

1980년대는 경제 성장의 영향으로 소득 수준이 상승하면서 명절 선물도 고급화됐다. 한우, 갈비, 굴비와 같은 고급 식재료 선물 세트가 등장했고, 참치캔 선물 세트가 처음 출시된 것도 이 시기다. 1990년대는 명절 선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1990년대 초·중반은 경기 호황이 극도로 이어지면서 100만원 이상의 양주, 자연산 송이버섯, 골프채와 같은 고가의 선물이 인기를 끌었다. 상품권이 본격적으로 발행되며, 새로운 명절 성물 풍토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는 외환위기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비누 세트 같은 저렴한 명절 선물이 주를 이뤘다.

2000년대는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 열풍으로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이 인기였고, 2010년대는 와인, 친환경, 유기농 등이 명절 선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에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5만원 이하의 실속 선물 세트가 각종 매대를 장식했다. 2020년대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활동으로 소비자 취향에 맞춘 다양한 명절 선물 세트가 등장했다.

2023년 추석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해 실속 있는 선물 세트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 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반영해 프리미엄 선물 또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설날과 추석만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등 선물 가액 범위를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명절 선물에는 그 시대의 풍조와 문화가 잘 반영돼 있다.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친지나 지인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고민되겠지만, 어떤 시대든지 ‘감사의 마음’이 핵심이다. 풍성하지 않은 시기에도 달걀이나 고기와 같은 소중한 음식을 나누며 표현한 진심 어린 정성이 추석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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