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21대 국회 첫 복지위 청원소위 올라간 약제 급여… 좋은 선례 남겨야
타그리소 환자들, 4년 8개월 기다림에 애타… 간절히 호소
지난 4월 윤석열 정부와 21대 국회의 첫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가 개최됐다. 총 10건의 안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건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와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치료급여 촉구 청원에 대한 논의 결과였다.
특히 허가 5년이 되도록 급여 논의가 진행 중인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안건은 폐암으로서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최초로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복지위에 회부된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정부와 20대 국회 때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 만큼 현 정부와 국회에서는 해결해줄 수 있을지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복지위의 타그리소 급여 논의 촉구, 복지부 ‘적극 검토’로 답변
지난 4월 18일 열린 복지위 청원심사소위(위원장 최영희 의원)는 3년 만에 열린 회의였다. 안건이 어느 정도 모여야 열리는 청원심사소위 특성 상 3년 만에 열린 회의에, 그 동안 청원에 참여했던 많은 국민들의 눈길이 쏠렸다.
해당 청원심사소위에서는 가장 관심을 받았던 약제는 타그리소. 타그리소는 이 날 청원심사소위에서 논의된 후 ‘계속심사’, 즉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국회에서 안건으로 올려 두고, 진행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촉구 청원에 대해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국민 건강증진 및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으며, 이에 복지부는 청원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중증질환 신약에 대한 접근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급여 평가 절차가 진행중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같이 국민들의 염원으로 타그리소 급여도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평가소위원회 회의에서 두 차례 검토된 끝에 오는 9월 7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정부에서도 급여 심사에 만 4년이 넘은 데다 국민 청원 등 관심이 높은 상황을 고려해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9월 약평위에 올라가 통과된다면 연내 급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4년 8개월의 기다림, 타그리소 환자들의 간절한 호소…
타그리소 급여논의가 정부, 국회의 의지 속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4년 반의 시간동안 비급여로 약제비를 부담해 온 타그리소 환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급여확대의 특성 상 암질환심의위원회, 경제성평가소위원회를 거친 뒤에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건강보험공단 협상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언제부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또한, 지난 6월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1차 치료에 적응증을 확대하고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무상공급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기존에 타그리소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해당 무상공급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어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또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유관학회에 렉라자 급여와 관련된 의견조회를 하며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타그리소 중 하나만 급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자, 기존 타그리소 1차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타그리소 1차 치료를 받고 있는 폐암 환자 김모씨는 “지난 3월 타그리소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뒤 주치의를 통해 늦어도 9월에는 급여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날 이후 이번달에는 급여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매달 내원해 약을 처방받고 있다. 오래 기다려온 환자들에게는 한달한달, 하루하루가 고문”이라며, “다른 약제가 무상공급을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아스트라제네카에도 문의를 해봤지만 빠른 급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 오랜 세월 급여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 국가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속도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호소했다.
폐암 전문가들, 타그리소는 글로벌 표준치료제… 하루빨리 급여결정 이루어져야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숙희 교수는 “타그리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EGFR변이 양상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권고하는 표준치료제이다. 바로 옆의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 아직까지 수많은 폐암 환자들이 타그리소와 같은 글로벌 표준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매우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은 매우 정교한 치료가 필요하고 항암제를 오래 복용해야 하므로 약제의 처방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된 임상적 유용성과 전문의의 치료경험에 따라 처방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글로벌에서 이미 인정받아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는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글로벌 표준치료인 타그리소 1차 치료는 전세계 66개국에서 급여 적용되고 있으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타그리소를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Category 1 중에서도 유일한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하고 있다.
현 정부와 21대 국회의 첫 보건복지위 청원심사소위 논의 결과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수많은 폐암 환자가 간절히 기다려온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화가 마침표를 찍고 결실을 맺어 국회 복지위 청원소위의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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