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자동차 핵심 소비층, 시니어도 젊은 감각 원한다
선남선녀, 젊고 부유한 모델이 자동차와 함께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캐딜락이란 차는 미국에서 주요 구입층이 60대라고 하는데도 젊은이들만 광고 모델로 기용한다.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신형 자동차를 구입하는 주 소비층은 50대라는데 왜일까?
1950년대의 일이다. 크라이슬러(Chrysler)란 자동차 회사가 몸이 불편한 고령층을 배려한 차를 개발하고, 60대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편리하고 연료도 적게 드는 ‘착한 차’였지만, 인기가 없었다. 예상과 달리 매출에 크게 타격을 입은 후 이유를 분석하니 ‘나이 든 사람 전용 상품’이란 카테고리는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자동차 업계에는 금언이 전해진다. ‘젊은 사람이 타는 차를 시니어에게 팔 수는 있어도, 노인이 타는 차를 젊은 사람들에게 팔 수는 없다’고. ‘선한 의도’로 개발된 차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는 경우는 또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차를 개발하며 주요 고객층이 나이듦에 따라 복잡한 계기판을 버튼 하나로 조종할 수 있게 바꿨다. 하지만 시니어 고객층은 부정적인 피드백 일색이었다. 초보 운전자나 고를 법한 내부 디자인이고, 능숙한 운전자로서 항공기 조종석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던 재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MIT 에이지랩 창립자인 조지프 F. 코글린 교수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그는 1995년부터 미국 교통부 및 백악관과 협력해 시니어들을 위한 대체 교통수단 개발 정책기획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연구한 민간 자동차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했는데 그중 하나다.
‘시니어’를 생각할 때 ‘응급치료가 상시 필요한 중환자’나 ‘편의성’만 따지는 계층으로 취급하면 ‘성능도 이익도 추락한다’는 교훈이다. 실제로 시니어 세대에게 인기 있는 자동차는 안전하고 편안한 탑승감을 제공해야 하지만, 또 최신 기술을 갖춘 신형이어야 하기도 하다. 70대 중반을 넘어선 필자의 부친도 얼마 전 차를 바꿨다. 8개월을 넘게 기다렸다. 안전을 위해 젊었을 때 타던 차량보다 크기가 크고,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가 되는 등 갖가지 기능을 갖춘 최신형이었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항상 움직이시는데, 열선 시트나 스마트 컨트롤 주행기능, 음성인식 네비게이션을 잘 활용하신다. 광고는 더 젊고 빠르고 힘차게 보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다행히도 실제 출시되는 차들은 점점 시니어 세대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연구소는 ‘전반적으로 차들이 점점 더 안락하고 편안해지는 기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피로 경고 장치,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자동 주차 시스템 등이 그 예이다.
최근 카이즈유(CarIs You) 데이터연구소는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5060세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34.5%로 집계했고, 60대 이상 차주는 매년 증가세라고 했다. 또 2030세대는 차를 ‘소유’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구매하기보다는 공유서비스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5060세대는 신차는 물론이고 중고차까지 다양하게 구입하여 자동차 시장에서 더욱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신차와 중고차에 대한 연령별 구매 추이를 분석해도 청년 세대는 하향곡선, 시니어 세대는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시니어 세대는 자동차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은퇴 후 노후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나 20대 자녀를 위해 보험료 등을 고려해서 대리 구매 후 공동 소유로 한다거나 이유는 다양하다.
미래 자동차 시대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사물인터넷을 통한 커넥티드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차 안에서 스트레스 측정과 건강 상담을 하거나, 무인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스마트카’가 성큼 다가왔다. 이전에는 ‘나이 들면 운전이 어려워지겠구나’ 해서 65세 이후에는 면허를 반납하는 것으로 여겼다. 새로운 시니어 세대는 여전히 활발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맛집을 찾아 여행다니는 것이 취미라, 누구나 마음속에 드림카 하나쯤은 품고 있다. 생애 첫 차도 기다려지지만, 마지막 차를 이상형에 가까운 차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광속의 스포츠카, 궁극의 럭셔리카, 최첨단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시니어를 위한 차가 될 수 있다. 그동안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당장의 필요를 위해 차를 구입하고, 유행을 만들기도 한다. 일부 시니어들은 운전면허를 반납하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자진반납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2.19%, 2020년 2.06%, 2021년 2.09% 정도로 미미한 수치다.
시니어를 위한 최적의 자동차가 궁금해진다. 나이가 들면 신체상으로 달라지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장수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니어의 ‘필요를 넘어 욕구’를 읽는 자동차 기업만이 함께 장수할 것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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