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블록체인 세상이 온다…크립토 문해력 갖춰야”

이정윤 2023. 8.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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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사피엔스와 변화하는 세상의 질서’ 저자 박종백 변호사
블록체인·토큰화 관련 사회적·정책적 이해 필수인 크립토 세상
블록체인은 금융·투자로만 존재하지 않아…기존과 다른 사회적·제도적 기술
'크립토 사피엔스와 변화하는 세상의 질서' 를 펴낸 법무법인 태평양 박종백 변호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2021년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대한민국을 달궜다.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8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최근 열기가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상자산을 투자처로 삼는 사람은 넘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런 과정에서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블록체인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이해와 고민보다는 투자처로서의 매력과 변동성만 부각됐다. 금융·투자 관점에서만 보는 가상자산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블록체인·토큰화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이해 없이는 조만간 현실이 될지 모르는 크립토 세상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크립토 사피엔스와 변화하는 세상의 질서’의 저자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종백 변호사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나.

▲새로운 개념이 세상에 등장하면 그것을 둘러싼 인식과 반응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의미와 확장성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우선 권리나 자산 또는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이 유형의 물리적인 형태 없이 탈중앙화 방식으로 기록되고, 이런 정보가 서로 인정되고 이전되는 시스템으로 바뀌며 초국가적으로 통일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저작권처럼 유동화시키기 어려운 것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화시키는 활동이 활발히 나타날 것이다. 이전보다는 다양한 경제적 자유가 생기는 세상이 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생소함이나 의심도 있다. 현실에 안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이미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은 많이 나와 있다. 물론 이른바 '킬러앱(killer app)'이 나타나 유저가 몰리고 그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량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사례는 아직까진 없지만 가능성을 믿고 발전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일정 임계점이 지나면 모든 사람이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에 대해 전체 사람 중 16%나 17%가 아는 경우 대부분이 여전히 생소할 수 있지만 20%를 웃돌면 모든 사람이 알게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에도 어떤 임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탈중앙화가 기술적으로도 탄탄해지고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더 많이 생기고 토큰거래도 활발해지면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돼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의미하는 용어로 암호화폐, 암호통화 등등 여러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코인'이라는 단어는 화폐의 기능도 일부 가진 것처럼 여겨서 그렇게 부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전자화된 증표라는 의미에서 가장 넓은 통칭으로는 '토큰'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가상과 암호를 구분해야 하는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가상이라는 단어를 쓴다.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전자적 기술을 다 포함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 기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특정하기 위해선 암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본다. 따라서 토큰을 경제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자산으로 부를 때는 ‘가상자산’보다 '암호자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중앙화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탈중앙화 요구나 필요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탈중앙화가 개인들에게 주는 매력은 있는 것 같다. 중앙화의 경우 어떤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특정 장부에 대해 기록하고 보관한다. 탈중앙화는 이런 시스템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고 한번 확정된 기록은 누구도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런 과정이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신뢰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이미 생겼다고 본다. 다만 이런 기대가 있다고 해도 구현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사고의 가능성, 부작용, 중앙화된 기업이나 기관의 저항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것과 어우러져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개인들이 원하더라도 갑자기 탈중앙화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탈중앙화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개인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앞으로 제도 논의나 적용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혼란도 있고 충돌도 있을 수 있는데, 장기적인 방향으로 보면 블록체인이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넓혀주는 면이 분명히 있다. 때문에 이런 것을 누리려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민사회에선 시민의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의무도 있고 기본적으로 시민이 가져야 할 교양과 지식도 있다. 탈중앙화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력과 지식, 문해력(크립토 리터러시) 등이 맞물려야 한다.

-탈중앙화 플랫폼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개선될 것으로 보나.

▲탈중앙화를 구현하는 합의 알고리즘이나 이런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더 쉽고 빠르고 효율적이고 비용도 낮다'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경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탈중앙화 플랫폼이 계속 경쟁하면서 발전할 것이며, 관련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저를 확보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박종백 변호사는 국내의 경우 새로운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낸 책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40대가 가장 많고, 50~60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구매력이 있는 연령대가 새로운 투자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이나 크립토가 우리 삶의 방식에, 사회나 경제 제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꽤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가상자산 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국내에서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규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고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보통의 기술 그 자체인 기술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제도적 기술이라고 보는데, 특히 그 자체가 사회 제도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기능이 크다. 예를 들어 서버의 성능을 개선시키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참여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성 발현도 가능케 한다. 이런 이유로 이분법적인 접근을 하는 순간 꼬이게 된다. 기술은 진흥하고 금융 관련된 부분은 규제하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몸처럼 돼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을 구분 짓지 않는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기술은 무조건 권장하면서 가상자산이나 암호자산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하지 마' 같은 식은 곤란하다. 사회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에 다른 국가에 비해 앞서나가고 부가가치를 얻으려면 제대로 된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기술 아니면 금융이라는 각도에서 접근하며 새로운 질서에 맞는 올바른 제도 설계를 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크립토 윈터'라고 불리는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크립토 윈터라고 하면 거래소들의 거래량이 위축되고 사고가 발생하면 규제나 단속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럴 경우 관련 기업들이 위축되거나 투자를 줄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하지만 윈터라고 해서 완전히 얼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나 투자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으면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진다. 준비 기간이 짧아지고 비용도 커져서다. 크립토 윈터 동안 옥석 가리기도 가능해지고 제대로 진검승부하려는 준비 기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활용하는 회사도 꽤 많이 보인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가 핵심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2단계 법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경우 쫓기듯이 마련된 측면도 있다. 2차 입법을 할 땐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규제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면 기존 금융시장에 사용되던 규제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존재하던 금융 규제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면 가상자산 관련법이 가지는 현실세계에서의 실효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결국 규제를 위한 규제로 귀결될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위치와 가상자산의 존재 방식에 더불어 라이선스 등 산업에서의 기반과 관련된 부분을 포함해 포괄적이고 장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도 결국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야 안정성을 가질 듯하다. 법률가 입장에서 전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법체계가 현재의 여러 쟁점을 수렴하겠지만 모든 큰 변화에는 현상이 앞서나가는 상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법체계를 마련할 때 좁은 범위로 바라보는 것과 넓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근대화 이후 넓은 시각을 가진 국가들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고 권리를 보장했으며 새로운 자본을 창출해냈다. 원래 법이 존재했고 그 위에 경제 현상이 탄생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규제해야 할 것을 일단 정한 후 나머지는 자율성을 주는 규제 체계로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서구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박종백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블록체인·가상자산팀장을 맡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국제금융법을 공부하고 오픈소스 라이선스와 관련해 여러 활동을 했다. 그러다 블록체인을 접하고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직감했다. 국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 디파이(탈중앙화 금융·DeFi)와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등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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