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요양 서비스로 예비유니콘 등극한 '케어링'
"어디에서나 가스와 전기가 필요한 것처럼, 고령화 시대에는 요양보호사도 이와 같은 '필수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케어링은 필수재를 공급하는 '인프라 회사'죠."
지난 17일 서울시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케어링'의 김태성 대표(35)는 '요양 유니버스'를 꿈꾸는 사람이다. 2019년 방문 요양 서비스로 시작한 기업 케어링은 창업 3년 만에 매출액 350억원을 달성하고, 기업가치 1000억원을 인정받은 '예비유니콘'이다. 케어링에 소속된 요양보호사가 장기요양 수급자 집으로 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을 규모화한 결과다. 현재 케어링에 등록된 요양보호사는 무려 8000여명이다.
IT 관련 사업, 커피 사업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창업이라는 김 대표. 김 대표는 앞으로 주간보호센터, 병원동행 서비스 등을 확대해 통합요양서비스 체제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요양 산업에도 영세사업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나뉘어 있다"며 "케어링은 개인사업자가 하기 어렵지만 시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케어링은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지 소개해달라.
▲크게 보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보호사분들이 직접 수급자 집에 찾아가서 하는 방문 요양서비스도 있고, 케어링이 100%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도 8곳 있다. 그동안 7000여명의 어르신을 모시며 성장해왔다. 커머스 사업도 하고 있다.
-요양 서비스로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이전 사업모델과는 상관이 없는데.
▲기존 사업들을 엑시트하고 나와보니, 내가 ‘화전민’ 같은 비즈니스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뜨던 사업모델을 열심히 고도화해서 성과를 내고 사라지는 방식 말이다. 오래 애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던 중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친척들을 만났다. 급여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때는 “시장에 문제가 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이후에 지인이 내게 요양사업을 추천했고, 더 관심이 생겨서 요양보호사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시급 확대와 투명한 정산 등이 불만사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문요양사업이 대부분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업화를 추진하게 됐다.
-그동안 요양사업이 기업화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도 이 분야에 열정이 없었다고 풀이된다. 물론 과거에 몇몇 대기업들이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속가능하게 하지는 못했다. 이 사업은 서비스 사업이고, 서비스의 주체는 요양보호사다. 회사가 요양보호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안 되는 비즈니스다. 아마 당시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문제에 진지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던 것 같다.
-케어링은 뭐가 다른가.
▲우리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효율화 작업을 했다. 디지털 접목으로 관리 인력을 효율화해 운영 비용을 낮춰서 요양보호사들의 급여를 올렸고, 법적인 부분에서 요양보호사들을 보호하려 노력했다. 케어링에 소속돼 일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시급이 가장 높다는 인식을 심었으며, 업계에서 자주 불거진 문제였던 퇴직금 정산이나 성추행 이슈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양보호사들의 신뢰를 얻었던 이유다.
-기업가치 1000억원을 달성하며 '예비유니콘'에 등극했는데. 비결이 뭔가.
▲투자자들이 우리 사업 방향에 공감한 것 같다.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필요한 산업이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장래성을 본 것 같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 '솜포케어', '니치이학관' 등 기업형 요양 서비스에 이미 익숙하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를 늘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어르신들이 집에 있을 때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누워만 있는 경우가 많다. 식사도 잘 안 하게 되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영양을 맞춘 식사와 운동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어르신 학교'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통합재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요양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특히 노인 비율이 높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직영을 고집하는 이유는 품질 유지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 게 있다면.
▲주거 서비스에 발을 들이려 한다. 노인은 어느 시점이 되면 돌봄이 제공되는 공간에 살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는 비싼 실버타운과 요양원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실버타운에는 건강한 은퇴자가, 요양원에는 거동이 불편하고 아픈 노인이 들어가 산다. 케어링은 그 사이의 콘셉트를 가진 시니어 서비스 주택을 만들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았으나 일상생활은 가능한 분들이 사는 주택이다. 아래층은 주간보호센터나 통합재가요양센터가 있고, 위층에는 시니어 레지던스가 있는 형태를 구상 중이다. 아침이 되면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의 방을 들러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성이 보장된 케어 하우스' 정도라 할 수 있다.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전국적으로 주간보호센터를 늘려 방문요양거점을 100곳 이상 확대하는 게 단기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정기적으로 방문 간호사가 들러 건강진단과 재활치료를 제공하며, 집에서 의사와 화상 연락으로 진료받고, 요양보호사가 없는 시간에도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24시간 어르신을 돌보는 '프리미엄 요양 서비스'를 추구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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