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패러독스]학습은 OK, 권리 인정은 NO…혼선 빚는 AI 저작권
"AI 개발사의 명백한 저작권 침해"
AI가 저작권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논쟁도
'인공지능(AI)을 저작권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 데이터 학습이라는 이름의 AI 무단 도용,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를 활용한 음악, 미술, 영화 등 수많은 창작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시에 창작물을 둘러싼 저작권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어 AI 산업 활성화와 권리자 보호 등을 두고 대립도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AI가 학습하는 콘텐츠, 명백한 저작권 침해"
AI 저작권 이슈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AI가 창작물을 만들때 학습한 데이터에 대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수 있는지 여부와 AI가 만든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자의 경우 각 국가별, 기관별, 단체의 입장이 상이하다. 한국신문협회는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대형 IT 기업에 ‘생성형 AI의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5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요구사항에는 ▲뉴스 저작권자와 이용기준 협의 ▲'글로벌 AI 원칙' 준용 공표 ▲생성형 AI 학습데이터의 출처 등 공개 ▲뉴스 콘텐츠 이용 방식 구체적으로 명시 ▲뉴스 저작물에 대한 적정한 대가 산정기준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생성형 AI 개발 기업이 사전 동의 없이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행위이며, 이는 뉴스 콘텐츠의 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 뿐만 아니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이 챗GPT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는 등 해외에서도 저작권 침해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중인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시나리오작가조합(WGA)의 총파업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조합은 생성형 AI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에 작가들의 수많은 저작물이 어떠한 보상도 없이 무단으로 포함됐으며, 제작자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시나리오의 초고를 작성한 후 작가들에게 대본 수정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각국 정부는 입장은 다르다. 우리 정부는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면책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AI 학습을 위한 ‘크롤링(crawling)’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크롤링은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분류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도 AI의 학습 단계의 저작권 면책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이나 국제 경쟁력 확보 등도 중요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의 개발과 상생의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저작권자와 AI 기업이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원칙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면책규정 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저작권은 사람 또는 법인만 가질 수 있어"
반면, AI가 만든 예술 작품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A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AI가 만든 예술 작품의 저작권 등록을 거부한 미 저작권청의 결정에 대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합법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재판은 인공신경망 개발사 이매지네이션 엔진(Imagination Engines)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AI로 생성한 예술작품의 저작물 등록을 저작권청이 거부하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탈러씨는 2018년 ‘크리에이티비티 머신(The Creativity Machines)’이라는 AI로 만든 그림의 저작물 등록 신청을 하면서 AI를 단독 창작자로 기재했다.
하지만 저작권청은 탈러의 저작물 등록 신청이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퇴짜를 놨다. 인간의 창작적 노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다. 미국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은 법인이나 단체 등 고용주가 저작권자가 된다.
재판부 역시 "인간이 저작자여야 한다는 게 (저작권법의) 기반이 되는 요구 사항"이라며 저작권청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인간이 아닌 AI가 단독 창작자인 작품의 저작권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있었다. 지난 6월 30일 서울행정법원은 AI가 특허법상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의 주인공 역시 탈러씨였다. 앞서 우리 특허청은 탈러씨가 개발한 AI '다부스(DABUS)'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 특허 출원을 무효 처분했다. 탈러 씨가 요청한 특허는 열전달 효율이 좋은 식품용기,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빛을 내는 램프 등 2종이다.
탈러 씨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특허법상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는 자연인에 한정된다고 보아, ‘발명자’로 ‘인공지능’만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이들 AI 저작물에 대한 법적 권리 부여에 대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산업 진흥을 위해선 창작·발명가의 개념을 사람에게만 한정시킬 게 아니라 범위를 넓게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러 씨는 "AI는 인간 작가 없이도 기능적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으며, AI가 생성한 작품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의 생산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실 특허청장도 "AI발전 속도를 볼 때 언젠가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며 "AI발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학계, 산업계 등과 지속해서 논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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