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헤르만 폰 카이저링의 '방랑하는 철학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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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헤르만 폰 카이저링은 기독교를 위시한 서양 철학에는 자못 비판적인 대신 불교, 힌두 등 동양 철학에 꽤 박식하고 호의적이었다.
그는 실론의 불교 사원, 인도의 힌두 사원, 중국의 공자 사당, 일본의 불교 사찰 등 수천 년간 동양 세계를 지탱해온 철학의 현장을 찾아 그곳의 수도자와 현자, 주민, 사상가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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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헤르만 폰 카이저링은 기독교를 위시한 서양 철학에는 자못 비판적인 대신 불교, 힌두 등 동양 철학에 꽤 박식하고 호의적이었다. 그는 실론의 불교 사원, 인도의 힌두 사원, 중국의 공자 사당, 일본의 불교 사찰 등 수천 년간 동양 세계를 지탱해온 철학의 현장을 찾아 그곳의 수도자와 현자, 주민, 사상가들을 만났다. 때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때론 그들과 열띤 논쟁을 벌이며 대립과 공존, 불안과 혼돈으로 가득 찬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홀로 고민하고 고심했다. 그러는 가운데 그동안 자신이 쌓아 왔던 지식을 하나의 독자적인 철학적 원리로 전환시켜 자신이 사는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도구로 체화할 수 있었다. 글자 수 570자.
해박하고 추론에 뛰어난 학자들은 불교 철학을 흐뭇해한다. 이해할만하다. 마흐는 형이상학이 필요한지 몰랐고 종교적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현상학적 상대주의에 만족했다. 이와 반대로 개념들을 붓다와 비슷하게 이해하고 보편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의 철학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절대 존재를 염두에 둔다. 본질 개념에서 붓다와 우연히 비슷한 눈으로 현상을 보는 힌두교 현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구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중시하는 일종의 종파를 창립한 오귀스트 콩트, 인격에 담긴 신성으로서 '사람으로 살아 있는 신'을 생각했던 윌리엄 제임스, 만년에 '불가지론'으로 기운 허버트 스펜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붓다는 현상학이라고 할 만한 종교를 일으켰다. 붓다는 복음서의 형식으로 인식을 분석했다. 마흐가 했을 법한 일이다. 붓다는 그런 것을 했다. 서구인이 보기에 매우 역설적인 일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브라만 철학자들은 불교를 무시했다. 처음에는 나도 이상하게 보았지만 이제는 비로소 이해한다.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과 관련된 생리 조건에서 불교는 사실 복음서의 의미를 띨 만하다.
-헤르만 폰 카이저링, <방랑하는 철학자>, 홍문우 옮김, 파람북, 3만2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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