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이준석, 박지현 그리고 조성주
누가 이기든 세상 바뀌지 않아
오히려 각 진영에서 고립된 채
악전고투하는 3인이 새 희망
보여줬으면… 미래 정치세력
키워내야 변화 기대할 수 있어
세 사람은 청년세대의 정치적
대변자로 우뚝 서서 몸집 키우길
그러려면 서로 경쟁·협력하며
미래 비전과 가치 제시해야
정치는 내년 총선 시계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출마자들은 공천에 목을 매고 여야는 승패에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열성 지지자들도 자기 일처럼 총선 전망에 가슴을 졸인다. 일본 오염수 방류나 잼버리 파행에 대해서도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평가보다 총선에 미칠 영향을 기준으로 갑론을박한다. 전문가를 대할 때도 누구 편인가부터 따지게 됐다. 0명대의 초저출산과 1%대의 초저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지고 외교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이 최고조로 치닫지만 우리 사회는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친일파’와 ‘빨갱이’를 들먹이며 남 탓하기 바쁘다. 이 위기를 3대 개혁으로 돌파하겠다던 대통령의 거듭된 호언장담은 메아리 없는 외침 또는 그냥 해 본 소리처럼 돼 가고 있다.
1987년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정치는 열망과 절망의 사이클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역대 정권들은 늘 새 세상을 열겠다며 적폐청산에 열을 올리지만 바뀌는 건 권좌의 명패뿐이다. 공직사회는 오히려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해지고 정파적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여야는 총선 결과에 따라 나라 운명이 바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태극기’와 ‘촛불’의 끝없는 역사 투쟁에서 누가 이기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이 싸움은 그냥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낫다.
오히려 각각의 진영에서 고립된 채 악전고투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조성주 ‘세 번째 권력’ 대표가 새 희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과거는 미래로만 청산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의 흑백논리와 586 운동권의 독선을 뛰어넘고 보수와 진보의 포장지로 가려진 기득권과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미래 정치세력을 키워내야 조금의 변화라도 기대할 수 있다. 30대의 이준석은 당대표로 큰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공적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먹고 총선 공천조차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우리 사회의 연공서열 구조에 균열을 내며 능력대로 대접받아야 공정하다는 그의 당돌한 도전이 불화의 한 원인일 것이다.
20, 30대 여성 표심을 모아 지난 대선을 박빙 승부로 몰고 갔던 불꽃추적단의 박지현은 ‘n번방’ 성범죄를 밝혀내고 제도 개혁까지 이끌어냈던 20대 여성 리더다. 그는 586 정치인들의 위선에 맞서며 당 혁신을 요구했지만 기득권의 아성은 공고했고 결국 광야에 혼자 서게 됐다. 40대의 조성주는 진보정치 2.0을 외치며 진보의 고정관념에 도전해 왔다. 그는 민주노총과의 연대보다 청년노조 결성과 알바 주휴수당 찾기에 공을 들였다. 비정규직을 위한 ‘사회적 직무급’을 내걸고 당대표에도 도전했지만 심상정과 이정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이 각 진영에서 고립되지 않고 총선의 중대 변수로 등장하려면 유권자의 3분의 1이 넘는 20, 30대 청년의 정치적 대변자로 우뚝 서야 한다. 그들의 감각과 가치, 일상의 요구를 정치적 의제로 만들고 총선 쟁점으로 키워야 한다. 급한 마음에 공천 줄서기에만 매달린다면 미래 정치세력의 주체는 될 수 없다. 김남국을 비롯한 많은 청년 정치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득권에 맹종할 것이 아니라 MZ세대의 지지를 업고 몸집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선거용 들러리가 아니라 파트너 자격으로 자립할 수 있다.
지난 5월 조성주의 ‘세 번째 권력’이 출범할 때 이준석과 박지현이 함께 어울리며 성공을 기원한 것은 좋은 징조다. 7월 이후 조성주는 무당층을 겨냥한 제3당을, 이준석은 여의도재건축조합이라는 유튜브 정책플랫폼 구축을, 박지현은 전국 순회 북토크에서 청년 세력화를 외치며 각개약진 중이다. 그러나 몸집을 좀 더 빨리 키우려면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협력해야 한다. 그들만의 청년정치 플랫폼을 만들고 청년 의제를 비롯해 국가적 과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며 20, 30대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끌어내야 한다. 여의도정치의 재구성은 청년정치 전체의 볼륨을 키워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좀 더 큰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3대 개혁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무엇이고 진영 정치를 극복할 정치개혁 방안은 무엇인지, 햇볕 정책과 흡수 통일을 넘어서는 남북 관계의 해법은 없는지 토론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해내면 좋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미래 비전과 가치도 보다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례대표의 과반을 여성 대신 청년으로 채우도록 선거법 개정을 공통의 요구로 내걸어야 한다.
최영기(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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