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협 없는 한국 정치’… 특별귀화 인요한 교수의 고언

2023. 8. 2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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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쓴소리를 했다.

인 교수는 "한국이 타협을 잘 못 하고 단합을 잘하지 못하는데, 이런 점을 고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 교수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타협의 부재는 우리 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다만 타협의 부재, 배타적인 줄 세우기,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배제의 문화는 국민의힘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해법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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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행사에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김기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 공부 모임 ‘국민공감’이 마련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다. 타협 부재의 한국과 한국 정치에 대한 고언이었다. 인 교수는 “한국이 타협을 잘 못 하고 단합을 잘하지 못하는데, 이런 점을 고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말로 타협은 ‘내가 손해 보는 것’인데 미국에서는 ‘내가 손해 보고 이기는 것’이다. 그 문화를 좀 고쳐야 하고 여러분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한국인이 고쳐야 할 점으로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배타적이고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꼽기도 했다.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의 증손자인 인 교수는 2012년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귀화 1호의 주인공이 됐다. 인 교수의 가문은 4대째 대를 이어 한국에서 교육·의료 활동을 펼쳐왔다.

인 교수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타협의 부재는 우리 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국회는 현안을 논의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제도화하는 곳인데, 그런 기능을 상실했다. 이견은 조정되지 않고, 법안은 합의되지 않으며, 현안이 발생하면 네 탓 공방을 벌이다 결론 없이 끝나는 게 요즘 정치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더 큰 문제는 타협의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조차 찾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날 강연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5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집권 여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사들로, 윤석열정부에서 사라지고 있는 타협의 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주체인 셈이다.

인 교수 개인의 의견을 과대포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인 교수의 보수적 성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타협의 부재, 배타적인 줄 세우기,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배제의 문화는 국민의힘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해법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외부적으로는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강화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진영 간 대립이 사회 전체의 역량을 갉아먹는 상황이다. 안팎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지역과 지역, 노동과 자본의 타협이 필요하다. 타협을 끌어낼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은 더더욱 타협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에서 자란 파란 눈의 한국인이 던진 고언을 국민의힘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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