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프리카 등 디아스포라 리더십이 英 재복음화 이끌어
29명 리더 참석 BSH 영국 설명회
한인 선교사, 아프리카·인도서 온
이주민 목사 등 열정적 복음 전해
1998년 영국 성공회 수장 조지 캐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우리 교회가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고 선포하며 전 세계 교회의 기도와 도움을 간절하게 요청한 바 있다. 당시 20년 사이에 영국 교회 성도가 300만명이 감소하고 성공회 교인도 절반으로 감소했던 절망적인 상태를 보여준 것이다. 그나마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사는 나라다. 유럽 전체 교회의 암울한 현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새로운 부흥과 영적 대각성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는 유럽 교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신 통계에 의하면 영국은 현재 약 6800만 인구 중 60%가 문화적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답하지만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8.8%에 불과하다. 유럽 전반적으로 보면 거듭난 그리스도인 비율이 5%를 넘는 나라는 북유럽의 스웨덴(6.9%), 노르웨이(8.4%), 핀란드(12.1%) 그리고 동유럽의 루마니아(5.4%) 정도다. 그나마 중부유럽에서는 스위스(4.4%)와 독일(2.1%)이 복음의 불씨가 살아있는 나라들이다. 그래도 최근 참혹한 전쟁 와중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놀라운 부흥과 유럽 각지에 흩어진 중동 난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조용한 부흥은 가뭄 속 단비처럼 희망적인 소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런던의 힐튼호텔에서 열린 빌리온 소울 하비스트(BSH) 영국 설명회엔 29명의 리더들이 모였다. 놀라운 것은 영국의 복음화와 영혼 구원에 관한 관심이 주로 한국계 아프리카계 중동계 등 디아스포라 리더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영국 현지인들과 이주자들의 공동리더십을 통해 새로운 복음의 물꼬가 열리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들은 대부분 한국 선교사들이고 연합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는 사역자들은 대부분 아프리카와 인도 등 과거 영연방 소속 나라에서 온 이주민 목사들이다.
선교학자 레슬리 뉴비긴은 유럽에서의 기독교 쇠퇴는 ‘서구문화를 새롭게 하는 매력을 상실한 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세속화된 교회는 더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짓밟힐 수밖에 없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도 영국은 탈 기독교화 된 유럽에서 아직 탈교회화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희망을 준다. 즉 예수님이 싫은 게 아니라 교회가 싫은 것이다. 서구 기독교의 몰락은 교회의 세속화는 물론, 시대적 통찰력과 영적 민감성을 상실한 데서 기인한다. 고령화 사회와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대응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드러낸 것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밀려오는 무신론과 이슬람의 세력 앞에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혼 구원과 복음전파의 열정이 식은 것이다. BSH 설명회 이후 참가자들은 런던의 거리 전도에 나섰다. 송기호 선교사는 강력한 현지 전도팀과 함께 독특한 전도를 했다. 패전을 거듭하던 공격력을 회복한 하나님 나라 군대에 의해 고토 회복을 위한 작전 개시에 돌입한 느낌이었다. 이 거룩한 전쟁의 선봉장이 영국에 파송된 한국 선교사들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거리 전도에서 한 형제는 즉석에서 예수를 영접하고 바로 전도 대열에 참여하는 경이로운 역사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전도팀 대부분은 극적 변화를 경험한 청년들이다. 그동안 거리의 알코올 중독자와 마약중독자로 인생을 허비했던 젊은이들이 이 전도로 거듭나 복음 전도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물론 200명의 사역자가 포진한 런던의 시티미션은 도시 복음 사역으로 유명하다. 최근 전 세계 수천만 그리스도인에게 영향을 미친 영국의 알파코스나 새로운 청년 전도 플랫폼이 된 프레시 익스프레션 개척 사역 등도 모두 영국에서 일어난 복음 운동이다.
이어 방문했던 루마니아에서는 부흥의 불길이 국가를 넘어 전 유럽으로 번지는 진기한 현상을 목도했다. 사실 유럽에서 기도의 불, 선교의 불이 가장 뜨거운 나라가 한때 유럽 최빈국이자 과거 북한과 매우 유사했던 독재국가 루마니아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순절교회와 침례교회, 형제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난 루마니아의 부흥은 이미 500명의 선교사를 전 세계에 파송할 정도로 그 불길이 퍼지고 있다.
더욱이 유럽 전역에서 새로 부흥한 대부분 교회가 루마니아 이민자 교회라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200만에 달하는 집시들에게서 일어난 엄청난 부흥, 루마니아 정교회 내 부흥 운동인 ‘주님의 군대’ 등으로 루마니아의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15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루마니아를 제2의 한국처럼 선교 국가로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유언장에 해당하는 디모데후서에서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고 외치고 있다. 자신의 처형이 임박한 상황에서 많은 동역자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고 로마제국 네로 황제의 핍박으로 수많은 순교자가 나오는 암울한 현실에서 후계자인 디모데는 유약해서 아무 소망이 없는 상황을 최상의 공격으로 돌파하라고 명령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공격력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추수할 일꾼을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암울한 시대를 뛰어넘어 말씀과 기도의 양 날개로 비상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하나님의 부흥이 준비되고 있다. 유럽 재복음화의 불길이 점화되고 있다. 유럽교회의 미래는 곧 한국교회의 바로미터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성주 이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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