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더 귀해지는 만남
오랫동안 공부해온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곳에서의 일정과 병행하려 시내 곳곳에 있는 공유오피스의 여러 지점에서 새벽까지 머물렀습니다. 휴대폰의 큐알코드로 회의실을 예약하고, 커피를 마시고, 자료를 출력하는 일 모두가 아무도 없는 한밤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니 자동화의 혜택은 축복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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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발전하는 자동화 기술
사람들 만남·교류는 줄어들어
다른 문화권과 소통 늘릴 수도
」
10년 전, 대규모 상가 개발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된 것은 동선이 잘 발생하지 않는 음영지의 용처와 야간에 그 넓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때 제시했던 아이디어가 공유오피스나 스터디 카페였습니다. 도심의 활성화된 상권은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일하는 사람에게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상점 구매자는 상점의 동선을 따라가지만 일하기 위해 온 사람은 그 위치가 외진 곳에 있어도 앱을 통해 손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찾는 이가 많은 곳보다 오히려 유동인구가 없는 곳을 선호합니다. 이때 제시했던 사업모델이 10년도 안 되어 자리를 잡아 저의 공부에 혜택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역시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새벽 졸음을 쫓기 위해 쇼핑몰을 산책하니 방문자가 적어 편의점마저 문을 닫았지만 광장에서 큰 음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가가 확인한 정체는 청소하는 로봇이었습니다. 그 넓은 공간에 몇 대의 로봇이 바닥을 닦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혹여 저와 같은 ‘사람’이 부딪혀 사고가 날까 노래로 경고하며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로봇을 바라보다 자주 가던 건물의 주차관리 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늘 가벼운 농담으로 맞아주시던 분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자동주차 관리시스템 도입으로 관리 인원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공지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날따라 엘리베이터가 늦게 와, 주차쿠폰 제한시간보다 1분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사람 좋은 아저씨였다면 “그냥 가세요”라며 너그럽게 이야기했겠지만, 기계는 추가금을 야박하게 받아갔습니다.
쇼핑몰에서 로봇을 바라보며 아저씨가 불현듯 그리워진 이유는, 규칙을 넘어 상대를 배려하는 재량의 권한을 가지지 못한 대상과의 조우에서 느껴지는 막연함이 외로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가는 곳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듭니다. 아이스크림, 과자 심지어 간장게장이나 갈치조림까지 무인으로 파는 점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들은 만남을 제한하기만 할까요.
얼마 전 동네에서 강아지와 고양이의 편의점이라는 무인 상점을 보았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물건을 스스로 사러 오진 못할 테니 반려동물용품이나 음식을 파는 곳이려니 하는 생각에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가게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손님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신기하게 생각하던 중, 상점에서 나온 손님이 고양이를 발견하곤 사 가지고 나온 간식 중 하나를 나눠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양이 친구는 정확히 그 점포의 효용을 이해하고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쯤 되면 무인화의 적응은 인류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닐 듯합니다.
보안의 문제로 신용카드를 넣어야 입장이 가능한 이 공간에, 나중엔 고양이가 직접 목걸이에 이식된 칩으로 출입하지 않을까요. 아님 고양이 안면인식 알고리즘으로 결제까지 완료하고 집사인 주인의 계좌에서 출금하진 않을까요. 어릴 적 일이 바빠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친구의 부모님이, 친구가 동네 가게에서 외상으로 군것질하도록 한 후 월말에 갚아준 것처럼 말입니다.
후일 인공지능이 고양이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발전된다면 메뉴 선택이나 고객의 소리도 남게 될지 모른다 상상해 보다 통역의 기술이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 간의 공생을 돕는 예제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분들이 직접 연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양국 교류가 빈번해지며 현지 음식을 찾는 한국 사람들도 많아지고, 이 땅에 이주해 삶의 터전을 넓히는 이들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일을 테이블마다 설치된 태블릿 시스템이 맡아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메뉴 설명과 선택뿐 아니라 결제까지 가능한 기계는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식당 주인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의 기반을 얻기 위한 노력에 큰 힘이 더하는 기술의 발전은 자원이 부족한 각자의 자립을 돕는 소중한 지원입니다.
기술은 만남을 제한할 수도, 새로운 만남을 도울 수도 있음을 쉼 없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힘든 만남을 없애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멋진 만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끊임없이 이해하고 궁리해야 할 듯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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