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꽃과 풀의 미디어 작가 홍나겸
"이웃서 받은 위로 예술로 보답"
2007년 홍나겸 작가는 민박 ‘THE 나겸’의 주인장이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강릉 안목 해변에서였다.
방은 위층에 하나였고, 아래층에선 식사를 내주고, 커피를 내려줬다.
원래 그는 라디오 음악방송 작가였다.
IMF 사태로 작가를 그만둔 후, 게서 민박을 차리고 문화예술을 기획했다.
하지만 성황이던 민박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시작했건만, 안목항이 커피 거리가 되자 젠트리피케이션 당한 게다.
몇 해 후 그가 초등학생 사진전을 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가서 보니 전교생이 17명인 강원도 인제 신남의 학생들이 연 전시였다.
그간 그는 소외계층에게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렇게 10년간 소외계층 교육을 했건만, 정작 그가 내세울 작품이 없었다.
작품을 위해 담은 꽃과 풀을 우연히 강릉시립미술관 큐레이터가 보게 됐다.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그의 작품은 강릉시립미술관 벽에 전시됐다.
이렇듯 우연히 미디어 아티스트로 첫발을 뗀 그의 소회는 이러하다.
“그 엄청난 벽에 작은 민들레가 아주 거대하게 투사된 걸 보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밤이면 강릉시민들이 나와 보면서 풀·바람·벌레 소리를 듣는 거죠.
심지어 그 소리를 듣고 동네 개들이 짓더라고요. 하하.”
이후 그는 2015년 동강국제사진제 강원사진가전 선정작가,
2018년 수원시립미술관 전시, 2020년 서울시민청 소리갤러리 전시,
2021년 강원 국제트리엔날레 선정작가 전시,
2022년 금호미술관 기획전시 등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올해엔 서울시민청 소리갤러리에서 'W심포니' 전시를 열고 있다.
이는 소외계층 미디어 교육자로서 그가 미디어아트로 펼친 공공예술이며,
한강의 물결·빛·소리 등을 하모니로 엮은 작품이 9월 30일까지 전시된다.
사실 그가 이리 왕성히 활동해도 미디어아트로는 호구지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또 내일의 작품을 위해 야생의 현장으로 나서는 이유가 뭘까.
대답은 “제가 위로받았듯 보는 또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될 테니까요”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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