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의 마켓 나우]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를 묻는다
챗GPT의 인간 언어 배우기
알파고 6년여가 지난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했다. 모든 질문에 척척 답하는 이 서비스는 출시 후 불과 2개월 만에 월간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 4월 방문자 수는 9억 명. 전 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방문했다. 챗GPT의 AI 전문가들은 언어 정복 과정에서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1857~1913)가 제기한 여러 문제 중 특히 ‘언어의 자의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GPT에 들어있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는 언어 정복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이다. 2017년 등장한 트랜스포머는 ‘AI가 인간 대뇌에 있는 100조개의 뉴런(신경세포) 연결을 모사해야 진정한 성능이 나올 것’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AI는 엄청난 개수의 문장을 분석해 구성 어휘 간의 의미적 관계성을 미리 계산해 놓는다. 또 AI는 사전 학습을 통해 글의 대략적 내용을 스스로 알아낸다. ‘뉴욕’이란 단어가 문장 속에서 ‘뉴욕주’인지, ‘뉴욕시’인지, ‘맨해튼’인지 알아서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알고리즘을 더해 글의 부정확성이나 동문서답을 해결한 서비스가 챗GPT다.
생성형 AI, 즉 ‘기존 데이터로 새로운 데이터를 창조하는’ AI가 매년 창출할 가치는 얼마나 될까. 골드만삭스는 9230조원, 맥킨지는 3400조~5720조원으로 추정했다. 영국의 2021년 국내총생산이 4030조원이니 엄청나게 큰 잠재력이다. 전 세계 노동의 18%가 AI로 대체 가능해지며, 최대 3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대신 매년 0.1~1.6%의 노동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은 사라지고 있다. 근본적인 자동화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대신 노령화·고비용화로 지지부진하던 업무 생산성의 향상이 가능하게 됐다. 자율주행과 인간형 로봇이 세상을 스스로 판단하여 달리고 걸어 다닌다.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 트랜스포머가 인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인쇄술의 발명’과 비견되는 달라질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수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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