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썼으니 음료 주문하라, 맞나요?” [사연뉴스]
“아이들 ‘1인 1메뉴’ 주문 요구받아 나가려다…”
사장 B씨 “정중히 요청한 것…억울하지만 참아”
유난히도 더운 날이 많았던 올여름,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도심 속 카페는 오아시스와도 같습니다. 특히 유명 관광지 틈에 위치한 카페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업주와 손님과의 갈등 상황도 빈번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카페에서 화장실 사용요금을 내고 나가라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전북 전주 한옥마을 인근의 카페를 방문한 여성 A씨는 “비상식적인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주말인 지난 20일 오후 4시쯤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해당 카페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A씨는 “카페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어떤 남자분이 ‘자리에 앉기 전에 주문 먼저 하세요’ 하기에 짐만 급하게 놔두고 카운터에서 팥빙수 2인분을 주문하니 ‘1인당 1개씩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A씨는 “아이들은 밖에서 슬러시를 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음료를 못 먹겠다고 하고 다음에 오겠다며 카페를 나서려는데 (남자분이) ‘아이들이 화장실을 사용했으니 음료 하나를 주문해 포장해서 나가라’고 하더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아이들 손이 끈적해서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상태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남자분이 저를 무섭게 쳐다보더라”면서 “저는 돈을 내야 한다면 화장실 물 사용한 비용을 지불하고 올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착한 남편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이스크림 1개를 7500원 주고 결제해서 카페를 나왔다.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비쌌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자분은 결제하는 남편한테 ‘여긴 원래 다 이렇다’며 당연하듯 이야기했다더라. 이게 정상적인 행동인 거냐”고 누리꾼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A씨는 글과 함께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이 카페 리뷰 중 일부를 공유했습니다. 리뷰에는 “아이들까지 1메뉴를 하라고 하는 건 너무 억지 아닌가 한다” “첫인사 말씀이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으라고 하시는 게 좀 그랬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A씨는 “카페 영수증 리뷰를 확인해 보니 저처럼 카페에 방문했다가 기분이 상했다는 리뷰를 보고 그동안 이런 식으로 계속 행동해 왔구나 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의 글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사장님 말도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B씨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의 글을 읽었다”면서 왜곡된 내용이 많아 억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B씨는 “그 손님을 기억하고 있다. 바쁜 시간대에 들어오셨는데, 남편분은 ‘아이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이후 아내분이 팥빙수만 주문하기에 ‘아이들도 1인 1메뉴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떠올렸습니다. B씨는 A씨의 두 아들이 5~8세로 보였다고 합니다.
그는 이어 “여자분이 기분 나쁘다고 표현하시기에 ‘그럼 음료 1개만 더 시켜 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렸고, 손님은 주문을 안 하고 뒤로 빠져 기다리다가 화장실에서 나온 남편과 함께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남편분께 ‘화장실을 이용하셨으니 테이크 아웃으로 1개만 주문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이에 남편이 ‘당연히 해야죠’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씨는 “이후 여자분이 ‘그걸 왜 시키냐’ 남편에게 화를 내고 환불을 요구했다. 저는 황당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남편은 ‘밖이 더워서 지쳐서 우리가 좀 예민하다, 이해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B씨는 자리에 앉기 전 주문을 요구했다는 A씨 주장엔 “손님이 주문을 안 하고 자리에 들어가면 먼저 주문한 손님이 자리를 못 잡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씨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익명의 자영업자 전화를 통해 알게 됐다는 B씨는 “없는 일까지 과장해서 써놨기에 억울했다”면서도 “댓글에 제 심경을 대변해주는 분들과 이분을 질타하는 내용이 많아 참고 대응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A씨 글에 많은 누리꾼이 “화장실을 이용했다면 주문을 하는 게 맞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금 과하다 느껴질 수는 있지만 업주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댓글에는 “카페가 공중화장실은 아니다” “나라면 화장실 쓴 게 미안해서 한 잔 주문하고 잊을 거 같다” “야박하다 느낄 수 있지만 관광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글쓴이는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이겠지만 거기서 장사하는 사장님은 같은 상황을 얼마나 많이 겪으셨을까” 등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장님 응대가 좀 그렇긴 한데 요즘엔 아주 어린 아기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1인 1음식’ 주문이 맞는 것 같다”거나 “업주가 잘한 건 아니지만 글에서 가게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여 불편하다”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한참 바쁜 성수기, 장소 이용에 대한 비용도 생각하려는 사장님과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픈 손님의 서로 다른 입장, 누구라도 나서서 ‘카페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준다면 참 좋을 텐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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