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아동의 노출된 개인정보 삭제 및 숨김 처리…‘딜리트더칠드런’ 캠페인
세이브더칠드런
자신의 개인정보 통제권 행사 지원
아동의 ‘잊힐 권리’ 법제화 추진
홈페이지 통해 실천 방법 등 안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19세 청소년의 99%가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보고했다. 청소년만이 아니다. 3세 이상 9세 이하 영유아 역시 10명 중 9명이 온라인 세상에 접속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2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평일은 평균 약 7.1시간, 주말은 평균 9.1시간으로 분석됐다. 2019년 조사 때의 하루 평균 약 4시간 반(267.2분)과 비교해 2년 사이에 약 1.8배 증가한 수치다.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아이들에게 온라인 속은 더 이상 가상의 공간이 아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공부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디지털 발자국’이라고 일컫는 다양한 기록을 온라인에 남긴다.
디지털 발자국은 아동의 보호자나 주변 사람이 올리는 콘텐트를 통해서도 남겨진다. 태내 초음파 사진으로 공개되는 것처럼 출생보다 먼저 온라인 ‘데뷔’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올려진 사진은 아동이 12살이 될 때 평균 1165장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게시된 사진과 글을 통해 가족 관계와 날짜, 위치 정보 등이 남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동의 다양한 개인정보가 일생 내내 온라인에 기록된다. 연관된 게시물에 담긴 정보를 조합하면 매우 상세한 개인정보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4년까지 아동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 계획과 더불어 올 4월 ‘지우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교적 간단한 신청 절차를 통해 아동·청소년이 지우고 싶어 하는 과거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범 사업이 시행된 지 2달 만에 3488건이 접수됐고, 이 중 79.2%인 2763건의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검색되지 않도록 처리됐다.
하지만 지우개 서비스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 올린 온라인 게시물만 해당한다는 한계가 있다. 타인이 아동의 게시물을 퍼갔거나 타인이 올린 게시물에 아동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더라도 이를 삭제하는 데 필요한 법적 근거가 아직 미비하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제삼자가 아동의 개인정보를 노출한 경우에 아동이 당사자라 하더라도 게시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가리는 데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가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공백을 채울 ‘잊힐 권리’ 법제화를 위해 지난 17일부터 ‘딜리트더칠드런(Delete the Children)’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이 원치 않게 노출된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숨김 처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아동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캠페인 담당자는 “지우개 서비스를 통해 아동이 자신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나 잊힐 권리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며, 법을 제정하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논의와 합의의 절차가 따르는 만큼 개인정보의 주체인 아동과 시민의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딜리트더칠드런은 캠페인 홈페이지(deletethechildren.sc.or.kr)를 통해 아동의 잊힐 권리를 위한 실천 방법을 안내하고, 아동의 개인정보 침해가 법적인 제도 하에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시민의 지지 서명을 받는다. 모인 서명은 정부와 국회에 전달해 아동의 ‘잊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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